서울경제신문은 27일 최승재(사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만나 정부의 소상공인정책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최 회장은 생계형 적합업종 법안을 비롯한 정부의 민생정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주된 책임이 중소벤처기업부에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관련해서 중기부 장관이 한 마디라도 얘기한 게 있나?”=“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처리를 시행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장관 입에서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된 말이 나온 적도 없고, 우리 연합회가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농성을 했을 때도 중기부 공무원들이 우리에게 의견을 개진한 적도 없었다. 민생정책을 추진할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중기부가 만들고 있다.”
최 회장은 중기부가 생계형 적합업종 처리를 위해 소공련과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아가 최 회장은 “소상공인 업계의 목소리를 취합하라고 법정 경제단체로 만든 게 소공련인데, 중기부는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중기부가 아예 소공련을 ‘패싱’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한 달 사이 중기부와 소공련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지난 16일부터 20일 중기부가 소공련 현장점검에 나서자 소공련 측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던 최 회장을 겨냥한 정치적 외압”이라며 반발했다. 회계·노무뿐 아니라 선거 정회원 자격 등 지난해 회장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까지 들여다보는 조사였기 때문이다. 소공련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에 대해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곳 중 하나기도 했다. 지난 12일 개최된 ‘소상공인연합회 2기 출범식’때도 여야 대표들은 모였지만 홍 장관은 오지 않았다. 당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중기부의 현장점검을 두고 “장관이 왔으면 제가 앞에 앉혀놓고 한 말씀 하려고 했다”며 홍 장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중기부가 소공련을 자기 입맛에 맞는 조직으로 보는 대신 ‘파트너’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과 중기부 장관의 소통이 단절되면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은 결국 밀어붙이기식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공감이 없는 정책은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기부가 기본 민원 창구인 소공련을 무시하고 관리·감독하기만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의지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상생뿐 아니라 소상공인도 고려해야”=4기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소공련 추천인사가 빠진 점을 두고서도 최 회장은 불만을 쏟아냈다. 3기 동반위에선 최 회장이 동반위 중소기업 측 위원으로 들어갔지만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중소기업중앙회의 추천을 받은 임원배 슈퍼마켓협동조합 회장이 동반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임 회장은 슈퍼마켓 업계만 대변할뿐더러 중기중앙회 추천으로 들어온 인사라 소상공인 업계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우려했다.
여기서 말하는 ‘소상공인의 입장’이 무엇일까.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제조업 협력업체’라는 차원에서 소상공인과 다르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소상공인은 제조업체로부터 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골목상권 독점 위협에도 놓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소상공인 보호는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요지다.
같은 맥락에서 최 회장은 소상공인 측 인사가 배제된 동반위는 이후 생계형 적합업종 품목을 선정할 때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중소기업 입장만 강화된 동반위에선 대기업의 목소리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최 회장의 불만도 중기부로 귀결됐다. 중기부가 동반위를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논리에서다. 최 회장은 “착한 대기업과 나쁜 대기업을 구분하고 약자인 소상공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그러나 중기부는 그저 동반위라는 ‘링’만 만들어놓고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끼리 알아서 결론내라’며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월 안에도 법안 통과 안되면 국회 쳐들어갈 것”=최 회장은 “국회에 정치공학적인 복잡함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선출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생계형 적합업종을 이번 4월 안에 통과시켜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며 “그러나 4월 통과가 요원해지면서 정치권이 믿음을 져버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여당을 제외한 4개 당 대표들과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며 “5월 안에도 이 공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회로 쳐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소공련은 지난 12일 “생계형 적합업종이 4월 임시국회 내에 통과되지 않으면 동맹휴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여기에 더 나아가서 국회에 직접행동까지 한다는 뜻이다.
특히 최 회장은 “현재 결과를 본다면 여당이 생계형 적합업종 법안을 통과시킬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며 여당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법안을 만드는 게 대통령의 의지만으론 안 되는 만큼 여당이 힘을 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차라리 국정감사 대상으로 두는 건 어떨까”=“아예 소공련을 중기부로부터 분리해 중기중앙회처럼 국정감사 대상으로 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 싶다.”
인터뷰 말미에 최 회장은 “중기부에게 이렇게 감독을 받으면서 불편한 관계를 쌓을 바엔 국감을 통해서 투명하게 국회에서 감독받는 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기부의 소공련 불통, 현장점검 등에 대한 불만의 연장선에서였다.
소공련이 소상공인 전체의 이익을 대표한다고 하면 성급한 일반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공련이 유일하게 소상공인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정 경제단체라는 점을 간과할 순 없다. 중기부와 소공련 사이의 관계가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 효과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앞으로도 지켜볼 일이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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