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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거품론 커지자 IT로 떠나는 투자심리

기관·외인 일제히 매도 이어져

성장성에 베팅하는 개미만 남아





‘안트로젠’ 주식을 보유한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롤러코스터 장세를 체험하고 있다. 중소형 바이오주까지 관심이 확산된 지난 3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이 종목의 상승률은 무려 218.87%에 달한다. 하지만 오르는 속도가 빨랐던 만큼 내리막길도 가팔랐다. 16일 당뇨병성족부궤양 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 지연 소식이 들려온 후 4거래일간 안트로젠은 35.71%나 급락했다. 이처럼 주가가 출렁대는 상황에서 주가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안트로젠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를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바이오주는 이처럼 주가가 널을 뛰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19일 바이오주의 주가 하락과 관련해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작은 경고에도 업종 전체가 흔들리는 이유는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믿음이 깨질 경우 주가가 급락하면서 거품 붕괴가 촉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소 바이오주의 경우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제대로 분석할 만한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맹목적 기대보다는 ‘옥석 가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실패할 경우 기업 가치와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신약 개발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헬스케어 분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조성되며 투자금의 80%(8,000억원)가량이 바이오주에 투자되기는 했지만 정작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바이오주를 떠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월별 매수 추이를 보면 지난달 외국인은 바이오업종에서 1조2,586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3,271억원을 팔았다. 한 달 보름 동안 1조6,000억원을 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연기금이 바이오를 팔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연기금은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업종을 312억원 순매도했다. 기관 전체로도 코리아벤처펀드를 제외하면 지난달 5,000억원 이상 순매도다.



일부 개인투자자들 중 아예 바이오업종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바이오주가 일제히 하락한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2.76%나 오른 263만9,000원, SK하이닉스는 3.9% 상승한 8만7,900원에 거래됐다. 결국 실적이 탄탄해 앞으로도 증시 주도업종의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정보기술(IT)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4분기에 이어 2·4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주력 모델 출시 등이 잇따르면서 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호황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밖에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주는 결국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며 “현재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산업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고 무역전쟁을 계기로 개방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소비시장 관련주를 주목할 만하다”고 지목했다.

다만 바이오주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대신 신약 개발 경험이 있는 등 기본기가 갖춰진 종목을 고르라는 조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 증시가 급락했을 때 외국인 자금이 빠지면서 제약·바이오주도 급락한 경우가 많았지만 대부분 금세 회복했다”며 “기업 가치가 견고하다면 주가가 금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때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코스닥 벤처펀드의 인기와 정부 정책 지원 기대감, 오는 6월 미국에서 열릴 임상종양학회 정기총회 등이 앞으로도 바이오주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주희·조양준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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