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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공식 바꾸는 유통가] 업태 변경·매각...바뀐 생태계 '유통공룡'도 흔든다

고객 유인, 구매 이어지도록

백화점 1층 레스토랑·커피점

마트도 남성관·펫샵 '전문화'

대형 유통업체 생존 몸부림

"골목상권도 변해야 살아남아"

변신 대신 규제만 목소리 높여







# 리뉴얼 공사가 한창인 현대백화점 천호점에는 내달 1층에 레스토랑과 커피전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통상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던 1층 간판 매장에 식음료 매장이 비집고 들어선 것. ‘닥치고 명품’ 분위기던 백화점이 자세를 낮춰 동네 주민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이미지로 돌아서는 셈이다.

# 이마트는 올해부터 3년 간 약 2조 원을 투자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투자내용이다. 경쟁력이 낮은 매장은 폐점하는 대신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관 확충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생존공식이 바뀌고 있다. 강화되는 유통규제 외에도 온라인 급성장, 소비 트렌드 변화, 일상화 된 해외 직구 등 유통 생태계가 변화면서 살아 남기 위해 기존 개념을 바꿔버리고 있다. 한 예로 부진 점포는 과감히 폐점·리뉴얼 하고, 천편일률적인 수수료 매장에서 탈피해 전문점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공룡도 바뀐 생태계에 대응하지 못하며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문을 닫거나 매각하거나 업태를 변경하는 유통시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유통업체가 처한 현실이 이렇고, 골목 상권도 변해야 살아 남는 데 현실은 (대형 유통시설) 규제만 이야기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쪼개고, 모으고, 낯설게 = 여전히 백화점이 가장 많은 매장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패션·잡화 부문이다. 그간 상품 카테고리, 브랜드 별로 매장이 죽 늘어서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여러 테마로 나누고, 모으고, 낯설게 재분류하는 것이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여성패션 전문매장 ‘분더숍’으로 편집매장을 처음 시도한 신세계백화점은 2006년 남성패션 전문점도 열었다. 2016년에는 디자인과 생산까지 총괄하는 ‘분더숍 컬렉션’을 출시하며 패션브랜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부터 해외 직수입 편집샵 ‘엘리든’을 론칭했다. 그간 해외 명품에 국한됐던 것을 △여성 해외 부티크 △여성 콘템포러리 등 5가지로 세분화한 것.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대구점을 시작으로 젊고 트렌디한 50여 개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는 패션전문점 ‘언더라이즈’를 선보였다.

◇ 한층 전체가 전문관…전문화 바람= 패션·잡화가 중심이라지만 최근 수년 새 백화점이 더 집중적으로 매장을 리뉴얼하고 프로모션에 나서는 것은 리빙 부문이다. 리뉴얼 공사가 한창인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한층 전체가 홈퍼니싱 전문관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6년 강남점 리뉴얼을 통해 생활전문관을 열었고, 특히 2017년엔 부산 센텀시티점에 국내 최대규모(9,300㎥), 7~8층 복층구조로 생활전문관을 구성했다. 지난 1월엔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1,972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강남점에 이어 지난해 잠실점에 해외 직매입 리빙 편집숍 ‘엘리든 홈’을 론칭했고, 현대백화점도 지난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한데 이어, 앞서 언급한 천호점에 1,600평 규모 대형 리빙매장을 꾸몄다.

정종견 롯데백화점 PB운영팀장은 “언제 어느 정도의 구성비가 최적인지 고민일 뿐, 전문성 강화라는 방향성은 업계 대부분이 동의한다”며 “최근 식품(F&B)과 리빙 부문에서 앞다퉈 매장을 리뉴얼하고 관련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전문화 바람=이같은 전문화 추세는 대형마트도 비껴갈 수 없다. 가장 적극적인 것이 이마트다. 대표적으로 ‘남성들만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이마트 가전 전문 편집매장인 일렉트로마트는 대형·소형 가전을 비롯해 애플제품·카메라 같은 기존 영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론·피규어·3D프린터·바버샵·오락실 등 키덜트층과 남성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를 총 집결시켰다.

이 외에도 이마트는 전국 35개 점포에 반려동물 전문점인 ‘몰리스 펫샵’를 입점했고,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18개)’, 라이프스타일숍 ‘메종 티사아(3개)’, 장난감 전문점 ‘토이킹덤(3개)’ 등의 진영을 갖추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도 생존을 위해 편집숍·전문점 콘셉트를 실험하고 있다”며 “이에 비하면 각종 규제로 보호받는 지역 골목상권 보호가 과연 정답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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