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는 19일 발표된 5G 주파수 경매 시작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2G·3G·4G 주파수 이용료 및 전파사용료 등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을 정부에 납부하는 상황에서 5G망 투자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통사들은 주파수 경매 비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하는 한편 물밑에서는 주판알을 튕기며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파수 비용만 매년 1.5조원 수준=이날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가뜩이나 정부 요금인하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5G 주파수 비용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통 3사는 주파수 할당 비용 및 전파 사용료를 합쳐 지난 2016년 1조3,659억원을 정부에 납부했으며 지난해에도 관련 비용이 1조원을 넘어섰다. 5G가 상용화될 경우 이 같은 준조세 부담이 1조 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주파수 최종 낙찰 가격이 경매 시작가격인 3조2,760억원 보다 50% 가량 높은 5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3.5GHz(대역폭 280MHz) 대역의 경우 경매 1단계에서 블록당(10MHz) 948억원으로 시작해 3개사가 제출한 블록 수요량이 공급량인 28개와 일치할 때까지 라운드가 갱신된다. 매 갱신 시 블록당 입찰 가격은 증가하며 정부의 세부 설정에 따라 수 십 번의 라운드가 진행될 수 있다. 경매 2단계에서는 할당받은 주파수 블록의 위치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 또한 경우의 수가 6가지인데다 최고가 조합 낙찰 방법으로 진행돼 비용이 크게 뛸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2011년 주파수 경매 시작가는 1조1,520억원이었지만 최종낙찰가가 1조7,015억원으로, 2013년에는 1조9,202억원이었지만 2조4,289억원으로 각각 결정되는 등 낙찰가가 시작가 대비 20~50% 가량 가격이 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 할당받게 되는 주파수는 10년간 분할 납부하게 되며 5조원을 단순히 10년씩 분할 납부할 경우 연 5,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이통사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약정할인율 25% 상향 및 저소득층 통신요금 절감 조치 등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5G 주파수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G 조기 종료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련 주파수를 5G 대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전 주파수 경매와 비교해 가격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5GHz 대역은 2016년 LTE 주파수 경매의 최저가(2조5,779억원)를 고려해 정했으며 28GHz 대역은 사업 불확실성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주파수 경매 시작가격 산정 방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국망’용 핵심 주파수 줄어 이통사들 셈법 복잡=이통사들은 5G 주파수 가격이 높더라도 필요 주파수는 반드시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5G 핵심 주파수로 분류되는 3.5GHz 대역의 할당폭이 주파수 간섭 영향 등에 대한 우려로 기존보다 20MHz가 줄어든 280MHz만 매물로 나왔다는 점에서 셈법이 복잡해 졌다.
핵심은 한 개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 대역폭 한도다. 정부는 3.5GHz 대역에 할당된 총 280MHz 대역폭 중 한 개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한도를 업계 의견수렴 후 100㎒, 110㎒, 120㎒ 중 하나로 정할 계획이다. 또 1위 사업자의 주파수 보유 총량이 기존 보유량을 합해 40%를 넘지 않게 하는 등 주파수 독과점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017670)은 국내 이통 가입자 절반 가량을 확보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120MHz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나 가상현실(VR)과 같은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서는 120MHz의 대역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대비 자금여력이 적은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100MHz를 지지하고 있다. 100·100·80MHz나 100·90·90MHz로 결정될 경우 전체적인 주파수 경매 비용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1위 사업자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총량을 어떻게 제한할 지 여부에 따라 경매 비용이 크게 늘 수 있다”며 “정부가 겉으로는 통신비 인하를 외치지만 한편으로는 준조세 성격의 주파수 비용으로 세수를 대거 확보하려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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