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변해가면서 2090년대가 되면 국산 사과를 맛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주·남부 지역에서 주로 기르던 감귤과 단감은 전국으로 재배지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최근 30년(1981~2010년) 전세계 기온이 0.84도 오르는 동안 한국은 1.22도 상승해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6년 연평균기온은 13.6도로 1973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기온 상승은 주요 농작물의 재배지역을 북상시켰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강원도다.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하던 강원도는 이제 사과(정선·영월·양구), 복숭아(춘천·원주), 포도(영월), 인삼(홍천·횡성·춘천)의 주산지로 한반도의 과수원으로 변신했다. 경남에서 많이 나던 단감은 경북(포항·영덕·칠곡)으로 자리를 옮겼고, 감귤은 제주에서 바다를 건너 전남 고흥과 경남 통영, 진주에서도 많이 재배한다.
온난화 현상이 계속되면 재배지역 북상이 계속돼 점차 국산 사과는 희귀해지고 단감과 감귤은 흔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현재 추세(저감 없이)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의 기후 시나리오인 ‘RCP8.5’를 적용해 2030년, 2090년의 지역별 재배작물을 예측한 결과 21세기말 사과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복숭아와 포도는 2050년대까지 재배지가 증가하다 그 이후로 급감한다. 단감은 산간을 제외한 전 지역으로 고품지 재배적지가 증가하고 감귤도 강원도 북부 해안지역에서 까지 잘 자란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기상청과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주산지 변화의 원인을 세밀히 조사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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