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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시장이 결정하는 게 원칙”…한발 뺀 이주열

美 외환개입 축소 압박에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소회의실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축소하라”고 한국을 압박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환율정책의 손발이 묶여버리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각종 통상보복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논란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2일 이 총재는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요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고 우리도 그런 원칙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나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환율이 급변동하는 경우에 한해 속도를 조절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하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환율정책의 이런 원론만 재확인한 셈이다.

이 총재는 다만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크다 보니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을 환율조작국 요건 중 하나로 내세우는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7% 정도다. 우리 정부는 현재 외국의 우려를 낮추기 위해 현재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도 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재정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고 있고 우리도 재정투자를 늘리는 방향은 맞다”며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양호해 더 확대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정 확대는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도 똑같이 지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근로자의 인건비 직접 지원 등 무분별한 퍼주기가 많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총재는 민간 부문 역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기술 혁신, 규제 완화 등을 얘기하는데 종착지는 결국 생산성”이라며 “민간 부문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올리려면 생산성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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