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민선 시장 제도가 도입된 지 23년 만에 ‘3파전’ 구도로 짜이면서 각 정당별 후보들의 치열한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원순 시장과 박영선·우상호 의원의 ‘1대2’ 대결구도 속에 결선투표제가 전격 도입되면서 당내 경선이 예측불허의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미래당은 7년 전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를 앞세워 여권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김문수 카드’로 어렵사리 후보를 마련한 자유한국당은 보수결집을 노리면서도 막판 야권 단일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결선투표제, 박원순 대세론 흔드나=박 시장에 맞서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자 이들 의원은 박 시장의 시정운영을 집중 공격하는 동시에 결선투표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경선 과열을 이유로 결선투표 불가 방침을 고집하던 당 지도부가 2일 돌연 결선투표제 수용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당내 경선 판도도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시장이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결선에서 박 의원과 우 의원이 사실상 단일화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날 당사에 열린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면접에서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당시 협상팀장으로 안 위원장을 직접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양보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 시장과의 비교 우위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의 ‘양보 청구서’ 통할까=당 안팎의 출마 요구에도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굳히면서 선거 판세를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안 위원장은 4일 출마 선언 장소로 서울광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근무하는 서울시청 바로 앞에서 출정식을 열어 이번 선거를 박 시장과의 1대1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에서다. 안 위원장 측은 “시청과 가까운 곳에서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안 위원장이야말로 서울을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당내 경선을 통과해 3선 도전의 자격을 얻을 경우 안 위원장과는 7년 만에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안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앞섰지만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양보론’ 프레임은 선거 기간 내내 끊임없이 박 시장을 압박하는 족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돌고 돌아 올드보이, 완주냐 단일화냐=수차례 후보직 제안의 퇴짜를 맞은 한국당은 결국 김문수 전 경기지사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통해 보수색채가 더욱 짙어진 김 전 지사를 내세워 보수우파를 결집해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가 3파전으로 굳어질 경우 김 전 지사는 35%의 보수를 결집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며 “보수결집만 이룰 수 있다면 서울시장 선거도 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3선 의원이자 재선의 경기지사를 지낸 김 전 지사의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은 경쟁 후보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한국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선거 막판 전세 역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최근 보수연대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후보 단일화의 여지를 남겼다. /김현상·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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