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지난 2013년 신입행원 채용 때 내외부 인사의 추천을 받아 합격 기준이 미달한 지원자 16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는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추천했던 지원자도 포함돼 있다. 최 전 원장은 하나은행 채용청탁 의혹이 불거져 지난달 12일 전격 사퇴했는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하나은행 채용과정을 특별검사단이 검사한 결과 내외부 인사가 추천한 정황 등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당시 △채용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16건 △최종면접에서 순위조작을 통한 남성 특혜 합격 2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조작 14건 등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확인됐다. 은행 내외부 주요 인사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 105명 중 16명이 특혜 합격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추천 특혜로 합격한 한 합격자의 추천자는 추천 항목에 ‘김○○(회)’로 기재돼 있는데 ‘김○○’은 2013년 당시 하나금융의 인사전략팀장으로 팀장 이름 옆에 ‘(회)’라고 적시된 것을 놓고 당시 지주 회장이던 김정태 회장의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 역시 특혜 채용 지원서에 ‘함△△ 대표님’이 기재돼 있어 의혹을 샀다. 함 행장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로 재직 중이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지주 인사부장인 A씨가 은행 인사팀장 김씨에게 추천을 한 사실은 있지만 김씨가 지주 인사부장이 추천을 하다 보니 ‘김정태 회장실’에서 추천한 것으로 오해해 회장실을 의미하는 ‘(회)’라는 표기를 해놓았다는 것이다. 실제 김 회장은 금감원 검사과정에서 “지원자는 물론 지원자의 부모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추천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직접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은 “추정은 되지만 특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함 행장 이름 옆에 ‘◇◇시장 비서실장 자녀’라고 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하나금융 측은 “함 행장이 추천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해당 시청 입점 지점의 지점장이 추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달리 정해 커트라인을 차등 적용하는 등 남녀 차등 채용을 추진한 사례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 전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13일 하나금융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단을 구성, 이날까지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검에 이첩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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