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소식이 벚꽃이 아닌 자욱한 미세먼지인 세상이 됐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도로와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온 도시를 뒤덮었다.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달리는 내연기관 자동차들 역시 미세먼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동차 운행과정에서 생기는 질소산화물 등은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차가 달리는 도로 위의 미세먼지는 운전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최근 주한유럽상공회의소와 수입자동차협회가 개최한 ‘한-유럽 미래자동차 포럼’에서도 자동차의 공기청정 역할이 특히 부각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에릭 요나트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 사무총장은 “공기의 질이 중요하다”며 “자동차는 소비자 중심의 산업이며 친환경성이 지속 가능한 미래”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강조하는 ‘친환경성’에는 운전자의 건강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오염된 대기로부터 운전자와 동승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첨단 기능을 넣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오염된 도심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이 바로 자동차 안”이라고 자동차 업체들이 설명할 정도다.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뉴라이즈’에 ‘원터치 공기청정모드’을 장착했다. 버튼을 2초간 누르면 고성능 에어컨 필터를 이용한 공기청정모드가 실행된다.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20~30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먼지를 집중적으로 걸러내고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산성, 염기성 가스까지 흡착해 쾌적한 실내를 조성한다. 기아차 2018년형 ‘K5’와 제네시스 ‘G80’, 현대차 신형 ‘싼타페’에도 이 같은 공기청정기능이 들어갔다.
르노삼성차 ‘SM6’는 ‘이오나이저’로 실내 공기를 정화한다. 차량 안에 세균과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이오나이저 기능은 활성화 수소와 음이온을 만들어 피부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유해물질을 제거한다. 이오나이저 기능 가운데 ‘릴랙스 모드’는 공기 중의 세균 및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줄이고 ‘클린 모드’는 이온을 방출해 쾌적한 차량 내부 환경을 만든다.
쌍용차가 공들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G4 렉스턴’도 고성능 에어컨필터을 적용해 최상의 공조기능을 갖췄다. 클러스터 이오나이저는 고전압으로 이온을 만들어 공기 중의 세균과 냄새를 제거하고 외기유해가스차단장치(AQS)는 실외에서 오염된 공기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유입을 막는다.
수입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은 공기정화에 더해 운전자의 주행 감성까지 만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BMW의 ‘앰비언트 에어’가 대표적이다. 오리지널 마이크로필터를 통해 미세먼지와 꽃가루, 석면입자에 더해 경유의 그을음, 박테리아 등을 차단한다. 여기에 더해 앰비언트에어패키지는 운전자가 원하는 향기까지 고를 수 있다. 4가지로 구성된 향기를 은은한 향과 진한 향으로 나눠 총 8가지 향기를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세단 ‘S클래스’는 활성화된 숯 미세입자 필터로 차량 실내·외 공기를 정화하고 있다. 숯 미세입자 필터는 사람 머리카락보다 50~100배 얇은 1nm 크기의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을 걸러내고 냄새 제거 기능까지 갖췄다. 벤츠도 개인 취향에 따라 6종의 향을 제공하고 음전하 산소 이온을 발생시켜 바이러스 등을 줄여주는 에어 밸런스 패키지도 내놨다.
볼보도 실내공기청정시스템(IAQS)를 통해 차량 내 내부로 유입되는 유입되는 유해물질을 차단한다. 액티브카본필터와 활성탄층은 꽃가루와 먼지, 배기가스 분진에 더해 악취까지도 제거해 최상의 실내 조건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렉서스는 기함인 ‘LS’에 오염제거 탈취 필터와 나노-e 음이온 발생기를 적용해 공기와 악취를 동시에 정화할 수 있다. 인피니티는 럭셔리 퍼포먼스 세단 ‘Q70 익스클루시브 트림’에 포레스트 에어 시스템을 탑재했다. 실내 온도뿐 아니라 통풍, 냄새, 그리고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실내 공기를 정화한다.
미래차인 수소차는 ‘달리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수소연료전지에는 깨끗한 공기만을 투입해야 해 수소차는 고성능 에어필터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 측은 “수소차 ‘넥쏘’는 1시간 운행할 때마다 26.9㎏의 공기를 정화한다”면서 “10만대가 2시간을 달리면 성인 35만5,000여 명이 24시간 동안 호흡할 공기 또는 845만 명이 1시간 동안 마실 수 있는 공기를 정화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에서 쾌적한 공기 환경을 누리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정비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터 등을 제때에 갈지 않으면 고성능의 공기청정기술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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