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으로 직접 만든 의자와 책상. 1평 남짓한 사무실 한 켠에 가득 쌓여 있는 배달음식점 전단지. 돌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겠다고 직장을 관둔 디자이너 출신 을 비롯한 청년 3명은 돈이 없어 법인 설립도 못한 채 2010년 여름 서울 강남역 교보타워 뒷골목에서 그렇게 ‘배달의민족’을 만들었다. 배달의민족 개발을 이끈 김봉진(사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 시절을 “고기 1인분을 추가하면서도 서로 눈치를 보던 정말 ‘찌질’했던 시기였다”며 “매일 두려웠다”고 회고한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어느덧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1위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유망 후보로도 꼽힌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골방’에서 벗어나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가 훤히 보이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19층 건물을 사실상 ‘통째로’ 쓴다. 주 35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파격적인 복지 제도와 유연한 조직 문화가 알려져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꿈의 직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안에 400명을 더 채용해 임직원이 약 1,0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어서 새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도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실속도 갖췄다. 1일 정보기술(IT)·회계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1,62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도에 비해 91.5% 폭증한 수치다.
영업이익 성장세는 더 놀랍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68% 급증했다. 회사 설립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2016년 2.9%에서 지난해 13.3%로 껑충 뛰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월간 실사용자(MAU) 366만명(닐슨코리안클릭 집계)을 확보했다. ‘요기요’와 ‘배달통’ 등 다른 배달 앱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네이버와 골드만삭스PIA를 포함해 다양한 기관투자가로부터 총 1,46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물론 우아한형제들도 오랜 기간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달의민족은 설립 후 꾸준히 적자행진을 이어왔고 2015년에도 2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계기는 광고 부문에서 마련됐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주문 중개 수수료를 없앤 뒤 사용자가 배달의민족 앱에 접속했을 때 업체 이름이 화면 상단에 뜨도록 노출하려면 광고비를 내도록 하는 방식의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덕분에 이듬해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남은 고민거리는 주요 자회사의 실적이다. 반찬 배달 서비스 ‘배민찬’을 운영하는 ‘우아한신선들’은 지난해 183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도 인건비 등의 비용 지출이 늘어나며 1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배달 대행업체인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 역시 29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IT업계에서는 이들 자회사가 1~2년 내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가 1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한국의 유니콘기업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등 3개사에 그쳤다. 앞으로 우아한형제들이 네번째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로 재직하던 지난 2011년 우아한형제들에 3억원 투자를 결정했던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과 이 때문에 생긴 투지가 우아한형제들을 배달 앱 시장 1위로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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