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을 돌리세요. 해외로 또 해외로 가야 합니다.”
박현주(사진)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 및 주요 임원들에 해외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자본 8조원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의 원년인 만큼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동시에 혁신에 나서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달 26일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006800) 홍콩 글로벌 회장으로 취임하며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일 IB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3층 연회장에서 그룹 계열사 사장단 및 핵심 임원 30여명과 함께 비공개 회의와 만찬을 진행했다. 박 회장이 해외 일정을 끝내고 수개월 만에 입국해 직접 주재한 회의였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보고 들은 해외 주요 시장의 동향 및 IB업계의 흐름, 인수합병(M&A) 시장의 분위기, 앞으로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회장은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호텔로 바로 이동해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주요 임원들에게 꼭 전해야 할 메시지에 관심이 쏠렸다 . 박 회장은 해외 시장 개척에 좀 더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3시간 여 진행된 회의와 만찬은 와인도 곁들여졌지만 엄중한 분위기 탓에 실제로 술을 마신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해졌다.
박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혁신과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의 ‘투자 DNA’를 바탕으로 해외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을 본격화 하라는 주문을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거래대금이 늘고 시장이 활황세라고 하지만 거래 수수료 인하 와 초대형IB의 등장으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진정한 투자 기업이 되기 위한 방향성을 자꾸 강조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교롭게도 회의가 열린 이날 오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내정되기도 했다. 금융업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 내정자 이야기가 만찬 자리에서도 나왔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과거 김 내정자는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이 “오랜 관치와 재벌 및 은행 중심 금융산업구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지배구조 개편 등 개혁 작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부분에서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는 만큼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시장 개척을 강조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강도원·박시진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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