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과 기간 등의 정보를 거짓 또는 과장해 제공한 게임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일부 업체는 16조각의 퍼즐을 모으면 희귀 아이템을 지급한다고 해놓고 일부 퍼즐 조각의 획득 확률을 매우 낮게 설정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 또 최고급 몬스터의 획득 확률이 0.0005~0.008%에 불과한데도 확률을 1% 미만이라고만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 업체들의 위법성의 정도가 상당하다고 판단,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 중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수법으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넥슨코리아·넷마블게임즈·넥스트플로어 등 3개 사업자에 총 2,5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미 소비자 보상에 나선 넥스트플로어를 제외한 넥슨과 넷마블은 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공표명령과 총 9억8,4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서든어택’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넥슨은 지난 2016년11월부터 연예인 캐릭터와 부가 기능을 모은 ‘연예인 카운트’를 판매하면서, 카운트를 구매할 때마다 퍼즐 조각을 지급하고 총 16개의 조각을 모두 맞추면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퍼즐 조각별 획득 확률이 다르고 일부 퍼즐 조각은 획득 확률이 0.5~1.5%로 매우 낮게 설정돼 있는데도 이용자들에게는 “퍼즐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된다”고만 안내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 1조각만 획득하지 못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특성이 있어 이용자들이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연예인 카운트’ 1개(900원)를 구매하면 2개의 퍼즐조각이 지급되는데, ‘아이유 카운트’의 경우 1명의 소비자가 640개(구입 금액 약 46만원)까지 구입한 사례도 나왔다.
게임 ‘마구마구’를 서비스하는 넷마블은 지난 2016년5~6월에 ‘장비카드 확률 상승 이벤트’를 두 차례 진행하면서 확률 상승 정보를 거짓으로 제공했다. 넷마블은 프리미엄 장비 5성·6성 획득 확률이 10배 상승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5성 장비는 0.3%에서 1.0%로, 6성 장비는 0.01%에서 0.05%로 각각 3.3배, 5배 상승하도록 설정했다. 또 2016년5월 ‘스카우트 확률 상승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플래티넘 등급’ 선수 등장 확률을 24%에서 40%로 약 1.67배 상승하도록 설정했지만 이용자들에게는 2배 상승한다고 알렸다.
넷마블은 2016년8~12월 ‘모두의 마블’ 게임에서 6종의 신규 한정 캐릭터 출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도 이용자들을 기만했다. 각 캐릭터를 해당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공지했지만 이후에도 해당 캐릭터를 재획득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반복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몬스터 길들이기’ 게임에서도 넷마블은 고급·최고급 몬스터인 ‘불멸자’ 뽑기 확률을 ‘1% 미만’이라고만 표시했는데 실제 획득 확률은 0.0005~0.008%에 불과했다. 이 확률을 5배 올리는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는데, 이를 적용해도 획득 확률은 0.0025~0.04% 수준에 그쳤다.
‘데스티니 차일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넥스트플로어의 경우도 최고급 캐릭터의 획득 확률이 실제 0.9%에 불과했지만 이용자들에게는 1.44%로 알렸다.
공정위는 이들의 영업 행위에 대해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기만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넥슨에 과징금 9억3,900만원·과태료 550만원, 넷마블에 과징금 4,500만원·과태료 1,500만원 처분 등을 내렸다. 넥스트플로어도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과징금의 규모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업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거짓·과장, 기만적 방법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사항을 적발할 시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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