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자기업계의 우울함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 업체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사이 국내 업체는 적자에 시달리며 고전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공세에 밀려 국내 업계가 잠식당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8.68%에 달했던 국내 도자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5년 0.07%, 2016년 2.96%로 떨어졌다. 실제로 한국도자기의 2016년 매출액은 307억원으로 전년 339억원보다 9.44% 줄었고, 영업이익도 4억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젠한국 역시 매출액은 213억원(2015년 7월~2016년 6월)에서 이듬해 208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7억원에서 2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행남자기(008800)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액이 88억5,000만원으로, 전년(40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액도 279억원에서 15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자본잠식률은 55.56%에서 53.6%로 소폭 줄었으나 2년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행남자기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제시한 삼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앞으로 회사가 정상적인 사업수행 과정을 통해 자산을 회수하거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도자기업체의 쇠락은 다양한 가격대로 무장한 외국 업체의 공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편의성을 추구해 단품 위주로 저렴하게 식기를 구매하는 1인 가구가 증가했음에도 수십만원 상당의 반상기세트만을 출시해 저가 시장을 놓친 동시에 프리미엄 이미지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고가 시장도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산업경제학회에 따르면 가정용 및 장식용 도자기 제조업의 수입액이 2000년 3,200만달러에서 2014년 1억8,000만달러로 462.5% 증가하는 동안 출하액은 1,703억원에서 1,738억원으로 2.05% 증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불황 등이 계속되면서 지난 몇 년 간 도자기에 대한 수요가 저가와 고가로 양극화됐다”며 “저가 시장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고가 시장은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형태가 되면서 국내 업체의 위치가 흔들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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