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중령으로 1999년 제대한 이상민(67)씨에게 SM5는 특별한 기억이다. 그는 1999년 민간 항공사로 옮기면서 닛산의 6기통 VQ엔진을 달고 출시된 SM525V 검정색 모델을 샀다. 동급 모델에 비해 놀라운 정숙성과 꼼꼼한 주행감과 중형세단 처음으로 인터페시아에 채용한 내비게이션은 미래지향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했다. 이 씨는 SM525V를 11년간 운행하다 2010년 수입 중형 세단으로 차를 바꿨다. 그는 “SM525V는 내구성이 워낙 뛰어나고 세련되면서도 질리지 않은 디자인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르노삼성을 국내 굴지의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중형세단 SM5가 출시 20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판매된 차량만 약 102만대, 연 평균 5만여대가 팔렸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함께 ‘국민 중형 세단’이라는 수식어를 누릴 수 있는 차량은 SM5가 유일하다.
SM5는 1998년 3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SM525V와 SM520V는 세계 10대 엔진인 닛산의 6키통 VQ엔진을 채용해 정숙성과 승차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부디자인과 인테리어 역시 중형 세단이었지만 대형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아연도금강판을 적용해 부식을 방지하는 등 내구성을 극대화했다. 조용하면서도 꼼꼼한 SM5 1세대는 ‘탈수록 가치를 느끼는 차’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1년 12월 국내 중형차 판매 1위(6,508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5년 SM5는 2세대로 거듭났다. 2세대에 채용된 카드 모양의 스마트키는 SM5의 상징이기도 했다. 국산 중형차 최초로 스마트 에어과 ·풋 파킹 브레이크 등이 적용됐다. 차체를 수성 페인트로 도장하고 브레이크 패드와 전구, 유리 접착물질 등에 들어있는 납 성분을 제거해 안전성을 한층 더 높였다. 건설교통부는 2005년 안전도 평가에서 ‘정면충돌 시 가장 안전한 차’로 SM5를 꼽기도 했다.
2010년 SM5는 다시 한번 완전변경(풀체인지)를 통해 3세대로 거듭한 후 3.1세대(SM5 플래티넘), 3.2세대(SM5 SHQK)로 역사를 잇고 있다. 2010년 1월에 출시된 3세대는 편의사양을 강화해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중형세단의 면모를 이어갔다. 마사지와 전동식 가죽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조이스틱 네비게이션 시스템 등을 채용해 주행 과정에서의 피로와 안전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SM5 TCE’ 모델은 1.6리터 4기통 엔진에 터보차저를 달라 최대출력 190마력을 뿜어내 국내 중형차 시장의 ‘다운사이징(엔진소형화)’ 시장을 선도했다.
SM5는 2016년 르노 탈리스만을 모델로 한 또 다른 중형세간 SM6가 출시되면서 단종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상품성을 강화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최근 6개월 간(2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의 판매량 3배를 웃도는 5,810대가 팔리는 인기를 누리며 단종설이 잦아들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5는 단종설에도 판매가 늘어나는 ‘판매 역주행’을 기록하면서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며 “출시 20주년을 기념한 특별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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