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지인에게 지난해 한 달 동안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얘기를 들었다. 초등학생 자녀들은 미리 가족동반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본인은 안식년 휴가를 사용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부러웠지만 자녀들이 한 달이나 결석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 때는 12년 개근이 당연했지만 요즘은 안 그렇다”며 “학교도 결국 대학 가기 위한 졸업장이 필요해서 다니는 거라 굳이 매일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말에 언뜻 수긍이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단 한 번의 결석으로 개근상을 못 받았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구나 싶었다.
얼마 전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한 사외이사 사례를 지적한 것이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언급한 인물이 작가로 활동하며 방송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유시민씨다. 유씨를 타깃으로 삼을 의도는 없었다. 그가 지난해 주류회사인 보해양조(000890)의 사외이사가 된 것이 의외였기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결과는 예상 밖. 유씨는 지난 1년간 스물두 번의 이사회 중 고작 여섯 번을 참석했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유씨 지지자들이 많은 댓글과 e메일로 불만을 표시했다. ‘대기업 사외이사는 더 많은 돈을 받더라’ ‘바빠서 못 나갈 수도 있는데 괜히 꼬투리 잡는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사회정의는 다 지킬 것처럼 하더니 결국 남들과 다를 게 뭐냐’ ‘취준생 입장에서 화가 난다’며 실망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유씨의 사회적 명성 등을 감안하면 그가 받은 2,910만원의 보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사외이사는 유씨의 3배가 넘는 9,000만원 이상을 받았다. 일부에서 지적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거 POSCO에서 수년간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수억원대의 보수를 받아 고액보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턱없이 적은 금액을 받은 유씨에 대해 사실상 무료 봉사였다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외이사를 두고 ‘인생 3모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은퇴 후에도 유력 인사들이 별다른 활동 없이 높은 연봉을 챙길 수 있어서다. 이들 대부분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회의에는 거의 빠지지 않았다. 적어도 포스코 사외이사였던 안철수·박원순의 회의 출석률은 평균 80% 이상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모름지기 사외이사라면 이사회 참석이 기본이라고 지적한다. 오죽하면 현대백화점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올해 원격 이사회까지 도입했을까.
저조한 회의 참석 이유에 대해 유씨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필요하지 않다면 이사회를 열 필요도 없다. 이사회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며 이사회 멤버라면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 가지 않는 자녀가 “시험 보는 날도 아니고 어차피 학원에서 다 배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은 학교에 가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학교에 가기 싫다면 그만둬도 된다. 선택은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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