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제조사 ‘빅 4’가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가격정찰제)’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큰 폭의 할인율을 내걸고 아이스크림을 미끼 상품으로 활용해 온 소매점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빙과 업계의 공동 반격이 아이스크림 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빙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280360)가 최근 아이스크림 제품인 ‘셀렉션’과 ‘티코’ 상자에 권장소비자가격 4,500원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표기는 하지 않았지만 판매 기준가를 6,500원으로 하고 실제 소매점에서는 ‘파격 할인’ 등의 문구를 내걸고 3,500원 안팎에 판매해왔다. 롯데푸드 역시 이달부터 ‘구구’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기존 판매 기준가는 6,500원이었지만 이를 5,000원으로 낮춰 표기했다. 해태제과도 이번 달부터 베스트원, 체리마루, 호두마루 등 일명 ‘홈컵류’라고 불리는 패밀리 아이스크림 제품에 가격 4,500원을 표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빙그레(005180)였다. 빙그레는 올 초부터 투게더와 엑설런트에 대해 가격정찰제를 시작했다. 특히 빙그레는 박스 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가격을 표기하는 강수를 뒀다.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제품에 가격을 표기하는 것이 이슈가 되는 까닭은 제조사가 ‘갑’인 소매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은 최종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이 제도로 가격 결정권이 소매점으로 넘어가면서 소매점은 제조사에 더 많은 할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4사 간 경쟁이 극심한 빙과 업계에서는 출혈을 해서라도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넘겼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일부 소매점에서는 반값도 모자라 70~80% 할인을 써 붙이고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졌고 빙과업계의 수익도 악화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제과의 빙과류 매출은 약 5,000억 원, 빙그레는 4,0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000억 원 가까이 감소했다. 해태제과도 500억 원 감소한 2,700억 원, 롯데푸드는 600억 원이 감소한 2,7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빙과 업계 관계자는 “2012년부터 제조사들이 권장소비자가격 표기를 수차례 시도해왔다”며 “그때마다 소매점이 판매를 거부하고 경쟁사 제품으로 대체하면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현재는 수 년간 지속 된 출혈경쟁으로 빙과 업계 전반이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며 “올해 권장소비자가격 표기가 과거보다는 조금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유”라고 전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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