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했다. 경영 투명성과 주주 가치 제고를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 나감으로써 SK그룹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SK㈜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은 지난 2016년 현대자동차와 지난해 삼성물산이 이미 제정한 바 있지만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 중에서는 SK㈜가 처음이다.
헌장에는 우선 주주의 권리와 함께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책임 등이 명문화돼 있다. 특히 SK㈜는 이번 헌장에서 선임사외이사 제도와 주주소통위원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선임사외이사란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직책이다. 현재 SK㈜의 사외이사는 총 4명이며 선임사외이사는 이들을 대표해 이사회 등을 거치지 않고도 상시로 SK㈜ 경영진에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조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외 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또 주주소통위원제도는 사외이사 중 1인이 주주소통위원을 맡아 주주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 등은 앞으로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장동현 SK㈜ 사장은 “글로벌 투자전문지주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층 투명한 이사회 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의 헌장 제정은 최 회장이 강조하는 ‘더블 바텀 라인(DBL·Double Bottom Line)’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DBL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 핵심 중 하나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 회장의 철학에 따라 경영 투명성 강화와 동시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지주회사인 SK㈜는 다른 계열사에 앞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에는 주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와 기업 간 합병·분할 등 주요 경영사안을 사전에 심의하도록 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출범시켜 지난해 SK바이오텍 유상 증자 계획 검토 등 16차례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국내 대기업 지주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과 함께 협의를 거쳐 정기주주총회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이달 20일, SK텔레콤 21일, SK하이닉스는 28일 등으로 분산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주주 가치제고와 관련한 제도 개선과 마찬가지로 지주회사인 SK㈜가 도입한 만큼 SK그룹 계열사에도 ‘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며 재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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