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양대 축’인 낸드플래시 가격이 6개월째 보합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된 반도체 경기 ‘고점 논란’이 또 한 번 산업계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하강 국면이 시작됐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어 이들의 예상이 과연 현실화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용 ‘128Gb 16Gx8 MLC’의 평균 계약가격(고정거래가격)은 5.60달러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가격이 전달 대비 3.11% 하락한 후 6개월째 가격 변동이 없는 것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 2016년 5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꾸준히 상승해온 점을 감안하면 분명한 정체 국면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2월의 경우 중국 춘제 연휴 영향으로 거래일수 자체가 적었고 3D낸드플래시 수요가 더 많아지면서 2D 낸드플래시 거래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올해 낸드플래시 가격이 보합 혹은 소폭 하락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상태. 제조사들의 3D 낸드플래시 전환 등이 속속 완료되면서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근거로 모건스탠리,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 등은 낸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고 시장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쳤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역시 오는 2021년에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의 4분의1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가격과 무관하게 반도체 슈퍼 호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가격이 떨어져도 공급량과 수요가 동시에 꾸준히 늘면서 시장의 성장은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IHS마킷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하락이 시장 위축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IHS마킷의 경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은 지난해 538억달러에서 올해 592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2021년에도 561억달러에 달하며 꾸준히 슈퍼호황기 수준인 500억달러선을 유지한다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보다도 데이터 용량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클라우드, 서버 등에서의 획기적 데이터 용량 증가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올해 10달러짜리를 1,000개 쓰다가 내년에 5달러짜리를 2,000개 쓰면 결과는 같다”면서 “가격 하락보다 데이터 수요가 반도체 제조사에 더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한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또 다른 축인 D램의 경우 거침없는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조사 결과 D램 가격(DDR4_4Gb_512Mx8_2133MHz 기준)은 지난해 2월 2.75달러에서 올 2월 기준 3.81달러로 뛰었다. D램익스체인지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큰 폭의 생산능력 확대가 없고 미세 공정 전환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D램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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