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무리하는 한이 있어도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볼 겁니다.”
이달 말 예고된 특단의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지난 10년간 21번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청년 고용 상황은 더 나빠졌다”며 “이번 대책은 과거와 반드시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 7.1%였던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8%까지 치솟았다. 특히 2012년 7.5%, 2014년 9.0%, 2016년 9.8% 등 최근 들어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을 준비하는 정부가 단호한 결의를 보이는 이유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책의 면면을 보면 이런 결의가 잘 드러난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신설된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과 청년구직촉진수당에 대한 조기 확대 작업에 착수했다. 예전 같으면 막 시행한 제도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보고 개선에 나섰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럴 여유마저 없다.
중소기업이 3명의 청년을 고용하면 정부가 1명분의 임금을 주는 추가고용 장려금은 2명만 고용해도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2+1 지원을 1+1 지원으로 제도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1명 추가 고용도 힘든데 최소 3명 고용 요건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된 점을 고려했다.
청년구직촉진수당은 올 하반기부터 일반 구직자까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은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라는 고용노동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만 지원하고 있고 내년부터 취성패와의 연계를 끊을 계획이었는데 이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조만간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도 발주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확대를 해도 소득이나 구직 노력 등 일정 기준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취업 과정에서의 생활비 부족 등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많기 때문에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구직 경험이 있는 중위소득 100% 이하 청년으로 지원 기준을 설정하면 약 40만3,000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올해 청년구직촉진수당 지원 대상 19만명보다 2배 많은 수준이다.
이들 두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심차게 도입한 대책임에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추가고용 장려금의 경우 지난해 예산 48억원 가운데 17억2,000억원밖에 못 썼으며 청년구직촉진수당도 집행 실적이 363억원으로 목표 681억원을 밑돌았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 세제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보고 있다. 현재는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3년간 소득세 70%를 감면해주는데 감면율을 100%로 늘리고 지원 기간도 5년으로 늘리는 안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대한 맞춤형 주거 지원, 교육 훈련 강화 등 구직 안전망 확충, 청년 창업 지원 등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특단의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한 건 맞지만 정책을 너무 서두르면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가고용 장려금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고 구직청년수당은 예산만 많이 들고 고용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지 등 나랏돈 씀씀이가 확 커졌는데 추가로 재정 투입이 확대될 경우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기존 일자리 사업의 효율성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직업훈련이 청년취업률 제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훈련기관 직업훈련을 받은 청년과 대학 직업교육을 받은 청년 간 유의미한 취업률 차이가 없었다. 정부 직업훈련 정책의 실효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이 들어가는 정책은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시행해야 한다”며 “지원 방식도 인건비 지급 등 일시적인 지원보다 민간의 수요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