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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덜한 금융·공기관 감사들도 물갈이 시동

[10년 恨 풀듯...낙하산 인사 무더기 투하]

외부 관심·전문성 요구 낮아

관피아·정피아 앉히기 이어져

기업銀 100일만에 상임감사 임명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는 숨겨진 ‘꽃보직’으로 꼽힌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다. 하지만 업무 강도나 외부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감사 업무는 전문성에 대한 요구도 강하지 않아 낙하산 논란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런 점 때문에 퇴직 관료나 정치인 출신들이 낙하산 자리로 기관장보다 상임감사 자리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 정부 들어 친(親)정부 인사나 관료 출신의 기관장 선임이 잇따르면서 감시가 덜한 감사 자리에도 낙하산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임기 만료가 줄 잇는 금융기관 감사가 ‘뇌관’으로 꼽힌다.

금융업계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주요 금융기관 중 농협은행·전북은행·대구은행·경남은행 등은 오는 3월 상임감사의 임기가 끝난다. 대대적으로 물갈이할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여기에 자리가 비어 있거나 임기가 이미 끝났으나 후임자가 안 정해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관도 적지 않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1월 정병기 전 상임감사위원이 사퇴하면서 지금까지 3년 넘게 상임감사직을 비워두고 있다. 산업은행과 주택금융공사 감사는 임기가 끝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0일 넘게 후속 인사가 미뤄지던 IBK기업은행의 상임 감사가 채워진 것이 본격적인 감사 인사의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임종성 헌법재판소 기획조정실장을 상임감사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26일 취임식을 진행한다. 임 신임 감사는 행정고시 33회로 기획재정부와 조달청 등을 거쳤다. 현 정부 친화적인 인사까지는 아니지만 관료나 정치인 출신을 앉히는 관행이 되풀이된 셈이다.



실제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감사 자리에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등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인사를 앞두고 있는 농협은행·기업은행·산업은행·전북은행·대구은행 등의 현재 혹은 직전 감사는 모두 금융감독원이나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문제는 낙하산 감사가 내부 비리와 기관장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채용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관피아나 정피아 출신의 감사가 있는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은 기관보다 감사원 지적 비중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공공기관 상임감사를 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공기관 관련 법률의 상임감사의 자격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어서 관련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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