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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착한 IT 기술

조정훈 삼성전자 C랩 연구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8’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기기 ‘릴루미노’를 선보이는 기회를 얻었다. 정보기술(IT) 기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얼마나 관심을 둘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예상과 달리 첫날부터 시각장애인들이 부스로 찾아왔다.

그들의 표정에서 이번에야말로 기대하던 제품이 나왔을까 하는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관람객 중 시각장애인은 극소수였지만 비시각장애인 99명의 호평보다 시각장애인 1명의 반응이 더욱 중요했다. 시각장애인이 방문할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며 지인 중에도 시각장애인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시각장애인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등대 삼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개발기간 동안 많은 시각장애인을 만나고 테스트하면서 그분들이 겪는 불편함을 옆에서 처음으로 보게 됐다.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시각 보조기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릴루미노를 착용하고 TV를 한없이 바라보던 할머니의 모습, 일반인들처럼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던 학생의 얼굴 등이 떠오른다. 이제는 무거운 사명감에 함부로 프로젝트를 끝낼 수도 없다.



사실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가 사업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수익 목적이 아닌 기술에 회사에서 관심을 가져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많은 임직원의 큰 지지를 받아 C랩에 선발돼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비장애인들이 쉽게 느끼는 일상을 장애인들도 누릴 권리가 있고 기술은 그들을 위해 더 발전해야 한다. 전 세계에는 약 2억5,000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결코 소수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공헌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시각장애인에게 돌아가야 할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의 수혜자가 있다면 그보다 기쁘고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조정훈 삼성전자 C랩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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