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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재편 ‘통-방 융합’이냐 ‘방-방 합종’이냐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가 정부의 불허로 무산되면서 확 사그라졌던 유료방송 재편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 업체. 등장인물(인수 측과 피인수 측)은 대부분 그대로이고, 상황만 변했다. 이번에야말로 해묵은 ‘통신-방송 융합’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유료방송사 간 ‘합종’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부와 업계 모두 ‘이번만큼은 시장 재편이 무위로 끝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잠잠했던 유료방송 시장 재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LG유플러스의 공시였다. 지난달 17일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한 보도에 대해 다음 날 이 회사가 “케이블TV 인수와 관련해 특정업체에 한정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CJ헬로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인수설을 부인하면서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업계에는 사실상 인수전(戰)이 표면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15년 이사회에서 CJ헬로를 인수·합병(M&A)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SK텔레콤과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1년 넘게 공방을 벌였다. 해당 M&A로 미디어 산업을 발돋움시키겠다는 SK텔레콤과, 독점적인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우려가 크다는 경쟁사 간의 논리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 것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통신사의 케이블TV사 인수에 대한 갈증과 파급력이 막대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1차 전투’는 유료방송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 인수전이 될 전망이다. 현재 딜라이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SK텔레콤의 인터넷TV(IPTV)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를 포함해 4~5곳의 업체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도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타진됐다. 딜라이브 인수전은 다른 잠재 매물인 CJ헬로와 딜라이브의 M&A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당국도 향후 인수 허가 신청이 들어오기 전 미리 절차 등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이전 정부와는 달라진 태도다.

그러나 시장 재편이 ‘방-방 결합’으로 물줄기를 틀 수 여지도 충분히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케이블TV사인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CJ헬로는 SK텔레콤과의 M&A가 어그러진 이후 자구 방안을 찾기 위해 케이블TV 업계와 ‘원(One) 케이블’ 전략을 추진했었다. IPTV에 밀려 급격한 가입자와 실적 감소를 겪고 있는 케이블TV 업계 끼리 서로 협력한다는 취지였다. 케이블TV 업체 인수 역시 해당 전략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정위가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하면서 내세운 기준인 권역별 시장 지배적 점유율은 사실상 이통사의 유선방송사 인수를 매우 까다롭게 만든 것도 케이블TV 업계 간 재편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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