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에 발급해준 가상계좌가 380만여좌(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서는 청소년이나 주부·대학생 가릴 것 없이 가상화폐 투기 열풍을 만든 데는 아무 생각 없이 가상계좌를 남발해온 은행의 책임도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가상통화 취급업자별 가상계좌 수 및 사용비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신한 등 6개 은행이 거래소에 제공한 가상계좌는 총 282만287개로 나타났다. 자료에서 제외된 농협은행이 회수한 미사용 계좌 98만개까지 더하면 총 380만287개가 된다. 이번 자료는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로 가상화폐거래소에 발급된 가상계좌 총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3년 12월 말 2만개에 불과했던 가상계좌 수는 2015년 12월 말 5만1,500개로 불어난 뒤 2년 만에 다시 약 74배로 불어났다. 자금세탁 우려에도 은행은 1계좌당 300원인 수수료 수익을 챙기며 가상계좌를 너무 쉽게 발급해줘 투기 광풍을 부추기는 데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가상계좌는 그간 금융실명제의 사각지대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은행이 자그만 수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는 도박’이라며 잇단 강경책을 내놓는 가운데 정작 금융감독원 국무조정실 파견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원·조권형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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