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너리 옵션’이란 낯선 해외 투자상품이 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해 국내에 진출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 가상화폐 시세가 오를지, 말지를 예측해 베팅하는 방식으로 얼핏 가상화폐 파생상품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사행성이 짙은 도박성 투자상품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일부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져 추가 피해가 없도록 유의가 필요하다.
18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IQ 옵션’ ‘엑스퍼트 옵션(Expert Option)’ 등 바이너리 옵션 업체의 광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한 동영상 광고는 비트코인 중개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비트코인 거래로 얼마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며 1,000달러(약 107만원)를 베팅해 1,960달러(약 209만원)를 순식간에 벌어들인 것처럼 연출한다. 50달러(약 5만원)가 최소 베팅액이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e메일과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계좌 개설 가능’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편리하게 투자하라’고 홍보한다. 또 다른 업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상화폐 시세판을 게시하는 등 거래 사이트처럼 보이게 한 후 바이너리 옵션에 투자를 유도한다.
그러나 바이너리 옵션은 용어(binary·이진법)처럼 단순하게 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 가운데 하나만 골라 베팅해 돈을 따거나 잃는 구조다. 가격의 등락이 베팅 대상인 만큼 주가나 시장지수·상품가격 등 값의 오르내림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홀짝’ 같은 도박”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금융당국은 바이너리 옵션을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어 제재 역시 불가능하다. 현재 앱스토어 후기를 통해 몇몇 국내 투자자의 피해사례가 전해진다. 지난해 말과 이달 사이 ‘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이익금이 몇 주가 지나도 안 들어온다’ ‘비트코인 거래소처럼 해놓은 사기다’ 같은 후기가 다수 게재됐다. 바이너리 옵션 투자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개인투자자는 “전화번호·e메일을 남겼더니 외국에서 보이스피싱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해외 일부 국가는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제재와 감독 강화에 나섰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이달 초 “당국 허가를 받지 않은 바이너리 옵션은 모두 불법”이라고 발표하며 자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업체 94개의 명단을 공개했다. 캐나다 증권감독당국도 지난해 4월 바이너리 옵션을 사기로 규정했고 호주 증권투자위원회는 지난해 8월 바이너리 옵션 관련 앱 330개를 구글·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도록 조치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바이너리 옵션 업체의 근거지라는 의혹이 불거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미국은 지난해 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비트코인 선물 출시를 허용하며 대형 금융사인 캔터피츠제럴드의 바이너리 옵션 상품 거래를 허용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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