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펀드의 신화가 깨어지고 있다. 기대했던 연금개혁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연달아 신용등급을 낮추며 자금이탈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브라질 기업 이익 증가에 대한 시장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 추가 투자에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1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전체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4.77%를 기록했다. 브라질 펀드는 지난 2016년 열풍을 일으키며 박스권 증시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던 국내 자금을 빠르게 흡수했지만 최근 들어 자금이탈이 가속화 하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개별펀드 중 ‘프랭클린브라질자’는 3개월 수익률이 -9.27%에 달하는 등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의 9개 펀드가 모두 손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남미신흥국주식 펀드도 -2.79%를 기록해 해외주식형펀드의 지역별 유형 중 브라질 펀드와 함께 유일하게 손실을 나타냈다.
브라질 증시를 나타내는 보베스파지수는 2016년 1월 4만포인트대에 불과했으나 2년간 빠르게 상승세를 타며 7만선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연금개혁안 지연과 정치 리더십 부재 등 국내 정치 요인이 증시에 영향을 주면서 지수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11월께에는 한 달간 지수가 6% 가까이 하락해 전 세계 주요 지수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축소 이슈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헤알화가 약세를 나타낸 것도 브라질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원·헤알화 환율은 지난해 12월 1헤알화당 330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간신히 7만대 후반을 회복했지만 신용등급 이슈로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11일(현지시간) S&P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S&P의 모리츠 크래머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연금개혁은 재정위기에 맞서는 첫 번째 조치이며 연금개혁이 되지 않으면 공공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금개혁이 난항을 겪는데다 대선을 앞두고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 이로써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등급보다 3단계 아래로 내려갔다. 브라질 상품의 위험 성향이 더욱 높아졌다는 의미다. 최근 브라질도 가상화폐 열풍에 휩싸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브라질에서 자국 화폐인 헤알화보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 취급을 받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30의 투기 바람에 비트코인의 브라질 시세가 세계 평균 시세보다 15~20% 비싸다.
시장에서는 브라질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또한 경기 상승 요인이 많은 만큼 증시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로 연초 이후 브라질 증시는 4% 가까이 상승했다. 정영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브라질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는 상당하지만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 생산 증가가 견조하게 진행돼 전체 산업 생산 확대를 이끌고 있으며 민간 부문도 가계를 중심으로 완연한 내수 확대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경기 확장을 자극하면 헤알화 환율도 안정될 것”이라며 긍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이 오랜 역성장은 극복하겠으나 이익 전망이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는 측면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2018년 이익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은 부담스럽다”며 “연금개혁안 결정 시기까지 주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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