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차기 회장을 뽑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정태 회장을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CEO들이 임기 중 스스로 연임 구조를 갖춰 놓는 ‘셀프 연임’을 강도 높게 비판한 후 나온 것입니다.
김 회장은 당국의 지적대로 회추위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대신, 3연임 도전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회장추천위원회에서 현직 회장을 제외하고 사외이사 전원으로 회추위를 구성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습니다.
그동안은 현직 회장 본인이 후보에 오를 경우에도 회추위 위원 지위는 남겨두고 의결권을 제한하는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아예 위원회에서 빼기로 한 겁니다.
이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사 CEO들의 셀프 연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가운데 나온 결정입니다.
금융당국은 현직 회장들이 기득권을 쥐고 쉽게 연임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회추위에 들어갈 사외이사를 뽑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렇게 뽑힌 사외이사는 다시 회장과 행장의 연임을 지원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연임에 도전하는 현직 회장은 의결권이 없다는 점에서 당국이 특정 인사를 찍어내려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거나 지나친 관치를 하려 한다는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회장 본인이 연임 의지가 있으면 의혹을 사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굳이 회추위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년 3월 김정태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둔 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선출 때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지적을 발 빠르게 수용한 셈입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선임도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와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활성화하고, 연차보고서에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공시할 계획입니다.
“현직 회장 기득권으로 연임 여건을 만들지 말라”는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은 아이러니하게도 김 회장의 3연임 도전을 본격화하는 작업으로 풀이됩니다.
연임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 현 상태로는 연임 도전이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회추위에서 빠져 결과적으로 공정성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은 회장 임기 만료 60일 전에 회추위를 구성한다는 규정에 따라 당장 내년 1월부터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돌입합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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