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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이하 리더 40인|청춘의 반란

40세 이하 리더 40인 : 5위 리오 버라드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아일랜드의 신임 총리 리오 버라드커가 에마뉘엘 마크롱과 함께 글로벌리즘을 지향하는 신세대 정치인의 기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서구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역할은 나이 든 자의 몫처럼 보였다. 71세의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로 선출된 미국 대통령 중 역대 최고령이다. 영국에선 60세의 테리사 메이가 마거릿 대처 이후 최고령 총리 기록을 세우며 브렉시트를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영광스러웠던 옛 시절을 약속하며 지도자에 취임했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향수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새로운 흐름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아일랜드는 리오 버라드커를 새 총리로 선택했다(올해의 ‘포춘 40세 이하 리더 40인’ 순위 5위). 5월에는 완전히 새로운 당을 이끈 에마뉘엘 마크롱(1위)이 수십 년간의 기존 정치 판도를 뒤엎으며 프랑스 대통령에 선출됐다.

몇 백 킬로미터의 거리와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한 가지 핵심적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아주 새로운 종류의 정치인일 뿐만 아니라 놀라우리만치 젊다. 그러나 이들은 나이 외에도 지난 수십 년간 기성세대를 지배해왔던 여러 가지 법칙과 편견을 깼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올해 38세로 의학 박사 학위를 가진 버라드커는 아일랜드의 최연소 총리다. 하지만 나이는 그의 여러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수백 년간 독실한 가톨릭 국가를 유지해 온 아일랜드에서 버라드커는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첫 지도자다. 그는 보건부 장관이었던 2015년 커밍아웃을 해 아일랜드 동성혼 합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버라드커는 뭄바이 출신 힌두교 신자를 아버지로 둔 이민자 혈통이기도 하다(아일랜드에선 지난 세기 대규모 해외 이민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버라드커는 자신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권자들이 그의 정체성보다 사상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인도계 정치인, 의사 정치인, 게이 정치인이 아니다. 나는 그런 수식어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당선되기 한 달 전, 프랑스에선 한 번도 선출직 공무원을 맡아본 적 없는 39세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제 장관을 수 년간 역임하면서 정부의 기능 장애에 환멸을 느낀 마크롱은 선거일 불과 몇 달 전 신당을 창당했다. 그의 승리는 60년간 프랑스 정치권을 지배했던 사회당-공화당 양당제의 붕괴를 의미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초선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이 상당수 포함된 마크롱의 정당이 총선에서 기존 정당의 노련한 후보들을 대거 무너뜨렸다. 총선 결과는 마크롱에게 과감한 경제 변화를 추진할 동력을 제공했다. 철벽 같던 노동자 보호 완화와 재정 지출 감축이 그의 한 가지 목표였다. 그러나 마크롱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선거 일 그날 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 대신 EU 28개국의 국가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불렀다. 유럽 편에 서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버라드커와 마크롱의 승리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을 한데 놓고 보면 과거와 뚜렷하게 다른 새 정치의 지평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동안 언론은 전 세계적 민족주의 열풍을 다루는 데 수많은 지면을 할애해왔다. 하지만 두 지도자는 여권 대신 단일 통화만을 갖고 유럽 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성장한 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각국의 국익이 전세계의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믿고 있다.

그런 세계가 현재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있다. 그 중 기후변화는 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대표적 문제다. 버라드커와 마크롱 모두 기후변화를 핵심 현안으로 제기하고 있다. 유럽의 이민자 위기와 테러 위협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나토와 EU 등 여러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터져나오는 ‘아메리카 퍼스트’ 슬로건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물론 그들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마크롱은 예산 감축안 발표 이후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버라드커는 미국 기업들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보호장벽을 높이려는 EU 집행위원회에 맞서 낮은 법인세 정책을 지켜내야 한다. 두 사람 중 누가 지구 최대의 공동 이슈에 맞서는 국제적 공동체를 이끌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올해 39세인 에스토니아의 위리 라타스 J?ri Ratas 총리도 지구적 협력 증진에 대해 유사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라타스는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우리는 EU와의 통합 가치를 중시한다”며 “우리는 나토의 변치 않는 일원”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버라드커의 취임 후 첫 공식일정은 더블린에서 가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올해 45세로 나이가 살짝 많아 본 리스트에 포함되진 못했다)와의 정상회담이었다. 두 사람은 아일랜드 전통에 따라 술집에서 만남을 갖는 대신, 운동화를 신고 함께 조깅을 했다. 기후변화, 나토, 유럽 같은 공통 화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는 젊음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이들 신세대 정치인은 과거의 협소한 국익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통의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제인 만큼 칭찬 받을 만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Vivienne W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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