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1.2%였다. 인구수는 4,162만명으로 증가 추세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기업환경도 우호적이었다. 주식시장은 트로이카(금융·건설·무역)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여타 업종들도 트로이카만큼은 아니더라도 오름세였다. 이때 증권시장의 특징은 업종 간 순환상승이라 할 수 있다. 순환상승은 특정 업종이 20% 상승 후 10% 정도 조정을 받을 기간에 또 다른 업종이 상승하기 시작해 20% 상승 후 10%의 조정을 받는 식으로 계속 순환해 상승하는 시장을 말한다. 고도성장기였으므로 전 산업이 호황을 맞아 업종 구분 없이 순환상승을 보여줬다. 단기상승의 상투에 주식을 매수했다 하더라도 다음 업종 순환기에 주가가 올라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때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순환 장세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전 업종이 상승했으므로 일정한 수익을 내는 것은 누구나 가능했다. 위험을 조금만 감수하고 투자하면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권시장 환경은 일반투자자가 참여하기 쉬운 환경이었고 금융투자회사 직원들도 투자 조언을 하기가 비교적 용이했다. 단 당시 증권시장은 사이클의 정점에서 주가가 하락할 때 업종 구분 없이 동반 폭락했다.
2017년 11월 한국의 상장기업은 거래소만 880개에 이른다. 이를 업종으로 구분하면 모두 24개로 분류된다. 2017년 증권시장은 지난 6년간의 2,000 전후 박스권을 탈피해 2,500포인트로 25% 이상 상승했다. 상승 폭으로 보면 투자자 모두가 매우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그럴까. 이 기간에 1987년 장세와 같은 전 업종의 상승과 순환상승 등이 있었는가. 결과는 그렇지 않다. 2016년 5월2일 125만원이었던 삼성전자(005930)는 2017년 11월3일 281만9,000원으로 상승했다. 무려 125%의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8%(2016년 5월2일 거래소 시가총액 1,209조원 중 179조원)에서 22.7%(2017년 11월3일 거래소 시가총액 1,601조원 중 364조원)로 확대됐고 종합주가지수는 1,978(2016년 5월2일)에서 2,557(2017년 11월3일)로 579포인트 상승했다. 이를 감안해 계산해보면 579포인트의 상승 중 삼성전자가 기여한 몫은 68%로 396포인트에 이른다. 나머지 183포인트는 반도체·조선·석유화학·소재 산업 등에서 그 역할을 했다. 결국 2,500포인트 이상의 상승장에도 여전히 2,000포인트 이하에 머물고 있는 종목도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 세계화,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이제 전 업종 동반 상승의 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초저금리의 환경은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투자의 높은 위험에 비해 수익을 내기는 매우 어렵다. 일반투자자들의 종목 선정도 쉽지 않다. 투자 전문가도 보다 세심한 노력을 경주해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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