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0.58달러로 전일 대비 2.8% 상승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6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1일(60.93달러) 이후 2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두바이유뿐만이 아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1% 상승한 배럴당 57.3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3.5% 오른 64.27달러로 장을 끝마쳤다. 모두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여가 넘는 저유가 터널은 2014년 하반기 시작됐다. 100달러를 넘었던 유가가 빠르게 하락해 그해 하반기 50달러대로 떨어졌고 2016년 상반기에는 20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초 들어 50달러대로 회복했지만 다시 40달러로 뒷걸음질하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다 최근 들어 견고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지표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유가 상승과 맞물려 올해 초 소비자물가지수가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치인 2%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상승세로 돌아선 생산자물가의 상품지수도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9월 들어서는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도 9월 10.7%라는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입물가지수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지표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최근 유가를 끌어올린 사우디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4일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이유로 왕자 11명을 포함해 현직 장관과 기업인 등 수십 명을 체포했다. 그동안 감산 합의를 지지해온 빈살만 왕세자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유가를 60달러대로 상승시킨 것이다. OPEC이 이달 말 정기총회에서 감산 합의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가 연내 7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씨포트 글로벌 증권의 로베르토 프리드랜더 에너지 거래 책임자는 “사우디 내 최대 정계 개편 이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하락하기보다 70달러로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3.6%, 내년에는 3.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7월 초 예측에 비해 각각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우리 경제에 유가 상승의 영향은 양면적이다. 일단 유가가 오르면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수출이 증가한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제품의 수출 단가가 오르기 때문. 반도체 호황에 기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 회복세가 공고해질 수 있는 셈이다. 수출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월 90선을 회복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으로 저성장에 고통 받는 서민의 지갑이 헐거워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가 상승으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9월 LPG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상승했고 10월 들어서는 14.4%로 오름폭을 키웠다.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9월 기준 유연탄 가격은 전년 대비 61.4%, 액화천연가스(LNG)는 28.9% 각각 올랐다. 지난해 기준 석탄과 LNG 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의 영업이익이 적자가 아니기 때문에 올해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서도 “유가에 연동되는 가스와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정산단가가 이미 오르고 있어 내년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종=김상훈기자 박홍용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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