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IT 경영자들은 수 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인공지능과 자동화 때문에 영구적으로 능력 이하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생계를 꾸린다’는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는 ‘보편적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UBI)’이다.
잠시 상상해보자. 월말에 당신의 은행 계좌로 1,500달러가 추가 입금된다. 당신이 실제로 번 것보다 1,500달러가 더 많다. 은행의 실수가 아니다. 그 돈은 당신 것이다. 아무런 조건도 붙어있지 않다. 여행을 가거나 각종 청구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혹은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친척에게 줄 수도 있다. 얼마 동안 지금 상태로 계좌에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다.
이제는 매달 1,500달러가 입금되는 상상을 해보자. 그 돈으로 신차를 구입할까? 평소보다 좀 더 사치스러운 휴가를 떠날까? 학교로 돌아가거나 사업을 시작할까? 일을 약간 줄이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까? 아예 일을 그만 둘까?
샘 올트먼 Sam Altman은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밝혀내고 싶어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 콤비내이터Y Combinator의 최고경영자인 올트먼(31)은 만약 경제 추이가 현재의 궤적대로 유지된다면, 당신 계좌로 돈을 입금된다는 가설이 당신 미래에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알기 위해 현재 오클랜드에 있는 약 50가구에 매달 1,500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그 취지를 이해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일종의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이 종료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약간의 암울한 가정이 필요하다: 로봇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상상해보자. 완전 실직 상태는 아니지만, 당신은 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난다. 기업들은 고비용 인력을 유지하거나, 그 인력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프트웨어나 기계로 대체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한다. 기업들은 가장 수익성 높은 결정을 내린다. 당신의 기분은 약간 절망적이 될 것이다.
이런 미래의 모습은 많은 기업인들과 경제학자들에게 더 이상 가설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옥스퍼드 대학이 2013년 실시한 연구는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발전 때문에 미국 일자리의 47%가 향후 20년 내에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회의(White Hous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도 지난해 ‘시간 당 20달러 미만을 버는 근로자들이 앞으로 20년 동안 로봇에 일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83%’라고 예상했다. 그 확률은 근로자의 교육과 임금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떨어졌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더욱 스마트해지면서, 그런 추세 또한 바뀔 것이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기술 대체(Technological Displacement)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일자리도 없앨 것이다.
이것이 올트먼의 1,500 달러 아이디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자동화의 충격을 완화해줄 하나의 잠재적 수단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하든 일하지 않든) 최소한의 돈을 평생 주는 것이다. 소득이나 다른 완충 조건들(Mitigating Factors)과 상관없이 말이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기 전환기 동안 실직자들을 가난으로부터 보호하고, 잠재적 불안을 억눌러 줄 것이다. 이론상 UBI는 개혁을 자극하고, 사람들이 사업적 위험을 감수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거의 틀림없이 ‘직업’의 정의도 바꿔놓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시간 동안 무엇을 하기로 선택하든-완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보상을 해주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경제학자들과 정치 이론가들이 제기한 ‘기본 소득’ 개념이 오늘날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그렇다. 반이상향적 미래의 두려움을 조장하는 기술을 개발한 (그리고 종종 그런 기술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일부 기업가들이 UBI를 ‘잠재적 해결책’으로 지지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정부 모두가 그 개념을 환영하며, 많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원래 ‘좌파’ 아이디어였던 UBI가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전통적인 복지 체계를 ‘비대하고 낭비적이며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지가 늘고 있지만 UBI가 정치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비판가들에겐 반대할 이유가 많다-UBI가 생산성을 저해하는, 게으름에 대해 보상을 하는 사회주의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또 전례 없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임이 분명하다. 그 개념은 자본주의의 핵심 교리도 위반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 기술 혁명은 ‘현재 사라지고 있는 일자리를 대체할 더 좋은 일자리들이 미래에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Airbnb, 제네피츠Zenefits, 그리고 드롭박스 Dropbox같은 스타 IT기업들의 설립을 도왔던 올트먼-나이에 비해 조숙한 투자자 겸 신생기업 멘토다-은 실제 실험을 통해 UBI가 그런 비판에 맞설 수 있는지 알아보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Y콤비네이터의 연구팀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00 여 곳의 수혜 가구들은 아무런 조건없이 연 1만2,000~1만8,000달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간혹 설문지 작성과 제출을 요청 받았다. 하지만 안 한다고 해서 벌칙을 가하는 건 아니다. 그 아이디어는 사람들에게 전제 조건 없이 돈을 주고, 그들이 무엇을 하기로 선택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이 파일럿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Y 콤비네이터는 조사를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주에 거주하는 수 천 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5년짜리 실험을 하는 것이다. 올트먼은 몇 년 안에 그의 팀이 지금까지 포착하기 어려웠던 것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UBI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물증을 찾아내는 것이다.
올트먼은 “정책 입안가들에게 가타부타 말할 순 없다. 어떤 게 최선의 정책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례 없는 창조적 파괴 시대. 그걸 찾아내야 할 때가 왔다. 그는 “결국 사람들은 자동화가 코 앞에 다가와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CEO 중 한 명도 아이비리그 졸업식 축사에서 UBI를 언급했다. 그러자 그 아이디어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난 5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 졸업생 대상 연설에서 “UBI는 자동화의 단점을 완화할 수단이자 기업가 정신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GDP같은 경제 지표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진보를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UBI 같은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아이디어는 IT 경영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받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동화 때문에 UBI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Chris Hughes는 UBI 연구 자금 지원을 위해 경제 보장 프로젝트(Economic Security Project)의 출범을 돕기도 했다.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마디아르 Pierre Omidyar는 지난 2월 케냐의 기본 소득 실험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자선 단체를 통해 약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IT 엘리트 경영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원인 중 한 부분은 ‘도덕적 책무(moral obligation)’, 또 다른 한 부분은 ‘계몽적 이기심(enlightened self-interest)’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 대부분은 ‘엄청난 부의 집중을 만들었던 기술들이 곧 노동 시장의 대격변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그들은 ‘중산층이 실업으로 무너지면 제품 판매에 유리할 게 없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긴 하지만 UBI라는 개념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때때로 ‘보장된 최소 소득’ 혹은 단순히 ‘기본 소득’이라 불렸던 이 개념은 수 세기 동안 정치의식(Political Consciousness) *역주: 정치체계 속에서 기능하는 감정이나 관심을 총칭한다 을 거치며 기술적 경제적 격변기에 나타나곤 했다. 이 아이디어는 토머스 모어 경 Sir Thomas More(1516년 저서 ‘유토피아’)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토머스 페인 Thomas Paine(1797년 저서 ‘토지 정의(Agrarian Justice)’에 의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 개념은20세기에 정치적 우파의 지지를 받았다: 보수 경제학자였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가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사회 복지 서비스 관료주의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으로 UBI를 지지했다. 1960년 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Martin Luther King Jr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도덕적인 이유로 최소 소득을 지지했을 때에도 리처드 닉스 Richard Nixon같은 보수주의자들은 그것의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했다. 저소득층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경제기회국(the Office of conomic Opportunity) 수장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와 그의 특별 보좌관 딕 체니Dick Cheney가 주도했던 닉슨 행정부는 일부 주에서 기본 소득 실험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 때와 차이가 있다: 지난 기술 혁신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빠른 변화들이 대규모 실업을 야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혁신들이 종종 새롭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기업가이자 ‘로봇의 등장(Rise of the Robots)’의 저자인 마틴 포드Martin Ford는 “자동화 혁신이 그런 패턴을 깨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이 예측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일상적인 업무로 전환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자동화가 농업 제조업, 서비스 산업 뿐만 아니라 전 부문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아마도 이번에는 교육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시사평론가들은 교육 체계와 정책 환경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창조적 파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사실상 동의하고 있다. 앞으로 암울한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는 “기술이 점점 더많은 고임금 일자리를 빼앗아가면, 일을 해도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시나리오를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같은 일이 벌써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확대되는 임금 격차와 (실업률이 역대 최저이긴 하지만) 경제적 걱정을 많이 하는 중산층 분위기 속에서, 그런 위기감이 드러나고 있다(중산층의 근심은 지난해 선거에서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큰 이슈였다). 1979년부터 2013년까지, 상위 1% 미국인들의 소득은 192% 상승했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46%만 증가했다. 그 영향은 해안 도시에서 유달리 강하게 느껴졌다. 거대한 부의 창출로 생활비가 상승하면서, 소득 상위계층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계층에 부담이 생겼던 지역들이다.
로봇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일반 근로자의 소득 저하가 핵심 문제라면, UBI가 (이론적으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재정적 보호책을 제공함으로써 그것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다. 해결책은 간단하게 돈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얼마나 많은 돈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가 큰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미국 비평가들이 종종 인용하는 금액은 3조2,000억 달러다. 이 돈이면 매년 모든 시민들에게 1만 달러를 나눠줄 수 있다(이 금액은GDP의 19%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연방 정부가 2017회계연도 기준으로 모든 복지 프로그램과 의무 지원책들에 지출하는 금액은 약 4조 달러다). UBI 지지자들은 이 금액을 복지와 사회안전보장 같은 기존 사회 프로그램을 폐쇄하거나(아이들은 예외다), 기타 다른 방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보편적(Universal)’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 새 프로그램에는 수 조 달러의 새로운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올트먼은 로봇들이 (일자리를 없애고 있지만) 전례 없는 생산성과 부-아마도 GDP를 두 배까지 늘릴 것이다-를 창출하면, 비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는 UBI에 대해 “그것이 꼭 필요하다면, 우리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비용이 아니다. Y콤비네이터 팀은 사람들이 새로운 종류의 직업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UBI가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지 결정적 자료 수집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정책 입안가들이 수 조 달러를 쓰도록 설득할 수 있는 자료 말이다.
관심을 보이는 건 그들만이 아니다. 스페인, 네덜란드, 케냐, 우간다, 인도 등 최소 12개국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 시는 영국 최초로 UBI 파일럿 프로그램의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핀란드 사회 복지 서비스 기관 켈라Kela도 지난 1월 이미 실업 급여를 받고 있는 2,000명의 시민을 선발, 매달 560 유로를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Ontario주는 4,000 가구를 대상으로 기본 소득 실험에 나섰고, 스위스는 작년 국가 기본 소득안을 국민 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이 모든 현상은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같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영국 출신인 그는 지난 1986년 자신이 “매우 젊고 급진적인 철학자와 경제학자”로 묘사한 동료들과 함께 ‘전 세계 기본 소득 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를 공동 설립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수십 년 앞서 그런 생각을 한 것으로 입증됐다. 소아즈 런던 대학(SOAS University of London)의 전문 연구원이자 ‘기본 소득: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Basic Income: And How We Can Make It Happen)’의 저자인 스탠딩은 “우리는 미치광이, 사악한 인물, 혹은 알면 위험한 존재로 여겨져왔다”며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상당한 존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존경심은 기본 생활 수준이 낮고 기본 소득의 효과가 큰 것으로 드러난 지역 사회 파일럿 프로그램 덕분에 커졌다. 유니세프가 일부 관리했던 2011년의 파일럿 프로그램은 인도 시골 지역 8개 마을에서 성인과 어린이 6,000명이 넘는 약 1,100 가구를 선정했다. 각 가구는 평균 가구 소득의 20~30% 정도를 받았다. 그 결과 모든 돈이 쓰여지진 않았지만, 구매력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스탠딩을 포함한 연구원들은 2년에 걸친 실험에서 수혜자들을 조사했다. 통제 집단(Control Group) 역할을 했던 10여 개 비슷한 마을과 그 결과를 비교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로 시간을 줄이는데 돈을 썼던 사람들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새 집을 짓기 위한 건축자재 구입이나 장사를 위한 새로운 도구 구입 등 그들의 삶이나 생계를 향상시키는 일을 위해 돈을 저축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돈을 모아 새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수혜 마을에서 교육에 사용된 돈이 증가했다. 게다가 학교 성적도 좋아졌다. 스탠딩은 “노동 시간이 감소된 유일한 그룹은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학교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파일럿 프로그램-이베이의 오미드야르가 대부분의 자금을 지원했다-이 지난해 10월 케냐에서 시작됐다. 40개 마을 6,000 가구에 12년 동안 매달 2,280 실링(약 22달러)을 주는 것이었다(추가로 80개 마을, 1만 1,500 가구가 더 짧은 기간 실험에 참여할 예정이다). 케냐의 이 같은 활동은 역대 최대 규모, 가장 광범위한 기본 소득 실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은 시간이 너무 짧아 결론을 도출하진 못했다. 하지만 과거 가난했던 수혜자들이 현금을 사용해 오토바이, 가축, 낚시 그물, 그리고 경제역량 강화를 위한 도구들을 구입했다는 증거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사회 복지 체계를 갖춘 유럽과 북미 국가들에선 UBI에 대한 가용 자료가 더 적다. 복지 체계는 UBI가 그들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규제와 조건, 그리고 근로 소득이 많은 복지 수혜자에겐 금전적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인센티브 함정(incentive traps)’ 등 여러 제약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인들은 소득이 최저 한도를 넘으면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아무 조건도 달려 있지 않은’ UBI는 제도 지지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난 40년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프로그램 관련 자료가 부족하지만, 눈에 띄는 예외 사례는 있다. 1970년대 개혁주의자 피에르 트뤼도 Pierre Trudeau(현 쥐스탱 총리의 아버지) 전 캐나다 총리가 ‘최소 소득(Minimum Income)’의 줄임말인 ‘민콤Mincome’ 프로젝트를 실험했다. 민콤은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개념 증거(Proof of Concept)’를 확보하기 위해 매니토바 주 전역에 흩어져 사는 저소득층 1,000가구을 대상으로 약속된 돈을 지급 했다. 그리고 도팽Dauphin(1974년 당시 인구가 대략 1만 2,400명이었다)이라는 또 다른 도시를 소득에 상관없이 거주자에게 최소 소득 혜택을 제공하는 ‘완전 집중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현금 제공을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취해졌다.
그러나 몇 년 후 오타와의 정치 풍향계가 바뀌었다. 민콤이 확실한 결론을 내기도 전에 자금 지원이 끊겼다. 하지만 매니토바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에블린 포겟Evelyn Forget이 최근 도팽 자료를 다시 검토해 더 심도 있는 통찰력을 제시한 보고서를 출간했다. 포겟은 민콤에 참여한 가구들의 주요 소득자들(Primary Earner)이 평균적으로 근무 시간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두 번째(Secondary)’ 그리고 ‘세 번째(Tertiary)’ 소득자들은 근로 시간을 줄였지만, 잠재적으로 유익한 방식으로 그렇게 했다. 직장인 엄마들은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포겟은 “기본적으로 그 지원금을 활용해 더 긴 육아 휴가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일하는 10대들의 학교 졸업 경향이 커졌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 실험의 시작과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률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병원 방문, 의사 진료, 그리고 정신병원 방문도 모두 감소했다.
더 건강하고 더 좋은 교육을 받은 노동력은 통제 그룹보다 미래의 경제 붕괴 대처에 더 잘 무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포겟의 연구는 파일럿 프로그램 종료후 민컴 참여 가구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다루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이 스탠딩은 더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한 것에 낙담하지 않았다. 그는 참여한 수혜자들의 소득과 상관없이, UBI와 노동 습관의 관련성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비판가들은 사람들이 기본 소득을 받으면 게을러지고, 말리부 해안에서 서핑이나 즐길 것이라고 지적한다”며 “실제로 우리는 기본 소득이 사람들의 근로 시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줬고, 기업가정신 함양 같은 긍정적 활동도 증가했다”고 역설했다.
어느 우간다 마을의 기업가 정신 고취 사례가 더욱 선진화된 경제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낚시 그물 구입보다 피시 앤드 칩스 Fish-and-Chips 가게 오픈에는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UBI 지지자들은 그들이 케냐와 인도에서 목격한 기회가 선진 경제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경제 보장 프로젝트(Economic Security Project)의 공동의장 내털리 포스터Natalie Foster가 지적한 것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약간 더 많은 현금이 주어지면, 정말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일’의 범위에 우리가 현재 직업으로 인지하는 것들이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 개인은 분명히 일하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지는 불투명하다. 고임금 일자리가 부족하고 실업률이 높은 노동 시장에서 일부 사람들이 노동력에서 이탈한다면 그건 꼭 나쁜 일이라고만 할 수 없다. 유급 육아 휴직 같은 정책들이 이미 노동의 전통적 정의에서 벗어난 일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일’의 범위를 확대해 고령 부모를 돌보고, 지역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시민 단체와 정치 생활에 관여하는 것을 포함한다면, UBI를 꼭 공돈이라고만 할 수 없다.
UBI 지지자들은 “이 같은 지원 확대에 돈을 쓸 가치가 있다면, 액수가 너무 커 시행하지 못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사회 복지 프로그램들은 과도하게 비효율적일 정도로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이런 돈이 UBI로 재분배될 수 있다. 기본 소득 지원이 세금 인상이라는 인기 없는 행위를 수반하고 있지만, 정부가 기술 자체에 세금을 매김으로써 개인 납세자들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올해 초 ‘로봇을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징수, 근로자 재교육과 다른 우선 순위 업무에 지원함으로써 정확히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른 잠재적 개혁가들도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UBI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정책들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논의 중인 한 법안은 탄소 배출에 대해 누진세를 신설해 그 세수를 모든 주민들에게 매달 동일한 금액으로 다시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헨리 폴스Henry Paulson, 조지 슐츠George Schultz (닉슨, 레이건, 부시 대통령 시절 때 내각 각료를 역임했다)가 지난 2월 작성한 한 보고서는 놀랍게도 ‘탄소 배당금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유사한 정책을 취하라고 요구했다(명시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노동계층의 소득을 높여 포퓰리즘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주요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 로 칸나Ro Khanna는 근로 소득에 대한 세금 공제 확대를 제안했다. 이는 근로자 가구당 연간 1만 2,000달러 가량을 지급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제안들 중 어느 것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Y콤비네이터 팀은 월 1,500 달러로 오클랜드에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금액은 ‘무임 승차권(Free Ride)’도 구입할 수 없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의 늘어나는 거주 비용이 최근까지 예외적으로 저렴했던 한 지역으로까지 옮겨간 탓이다: 오클랜드의 주택 임대료 중간값은 야금야금 올라 월 3,000달러에 이르렀다. 오클랜드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시장 가운데 한 곳이 됐다. 하지만 그 돈은 거주자들의 정체된 임금 성장률을 메우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올트먼과 그의 지지자들은 그 가치 상승을 통해 인간 행동에 대한 근거 있는 통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오클랜드 거주자들이 소파에 누워서 감자 칩이나 먹는 카우치 포테이토 Couch Potato가 될까, 아니면 스스로 학습을 하는 코딩 전문가가 될까? 재교육을 받을까, 아니면 일탈을 할까? 그에 대한 답이 UBI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실행 불가능하거나, 정치적으로 지지할 수 없거나, 혹은 두 가지 모두의 이유 때문에 오랫동안 무시됐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왔다.
도로 위의 자율주행 자동차, 거래소의 자동화된 프로그램 매매, 사람들에게 먼 기억 속 존재가 되어 버린 공장들… 그 혜택은 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 지능이 한때 인간이 직접 했던 업무를 수행하는 미래가 기본 소득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올트먼은 “많은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겠다는 거짓말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새 기술은 도래할 것이고 일자리는 바뀔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새로운 세계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글의 필자 클레이 딜로는 기업 및 기술 전문 기자이다. 공동 필자 브룩스 레인워터는 전국 시연맹(National League of Cities)의 도시문제해결센터 소장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아이디어
보편적 기본 소득이라는 개념은 수 세기 동안 경기 변환기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이념구도 전반에 걸쳐 우군을 확보해왔다.
토머스 모어 Thomas More ▶ 토머스 모어는 1516년 저서 ‘유토피아’에서 ‘국가 토지가 개인 소유로 넘어가는 부의 공유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활용하자’고 주창했다.
토머스 페인 Thomas Paine ▶ 건국의 아버지 페인은 1797년 ‘시민 배당금’을 요구했다. 토지 소유주들에게 매긴 세금으로 모든 미국 시민들에게 돈을 주자는 것이었다.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eidman ▶ 보수 경제학자였던 프리드먼도 1962년 기본 소득을 지지했다. 그는 그것이 관료적인 복지 체계보다 더욱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마틴 루터 킹 박사 Dr. Martin Luther King ▶ 시민운동 리더 마틴 루터 킹은 그의 마지막 저서 ‘우린 이제 어디로?(Where Do We Go From Here?·1967년 출간)’에서 ‘사회의 중간 기준에 연동된’ 기본 소득을 주장했다.
리처드 닉슨 Richard Nixon ▶ 그의 행정부는 1968년부터 1971년까지 UBI 실험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직업 윤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에르 트뤼도 Pierre Trudeau ▶ 전 캐나다 총리 트뤼도가 1970년대 중반 시행했던 ‘민컴’ 프로젝트는 선진국에서 추진된 역대 최대 규모 UBI 프로그램이었다.
로봇 시대를 준비하고 있나?
포춘의 앤드루 누스카 Andrew Nusca 가 경영인 3명, 연구원, 경제학자 그리고 미래학자 1명에게 자동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그건 매우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지식 집단에게 0과 1의 단순한 2진법(Binary)으로 상황을 가정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로봇이 그 일을 떠맡게 되는 식이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 에이미 웹 Amy Webb, 퓨쳐 투데이 인스티튜트 창업자
“발 빠른 적응력과 지속적인 학습은 어떻게 창출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도전과제라고 생각한다. 22세 때 커리어를 바꾸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하지만 커리어 중반기에 접어들면 훨씬 더 어려워진다. 이직 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 브렛 테일러 Bret Taylor 세일즈포스 자회사 큅 Quip의 CEO
“우리는 대인 관계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한번은 자동화된 셀프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식당을 나설 때, 공허함을 느꼈다. 내가 가는 카페와 비교해보자. 우리는 인간관계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당신은 미소와 소통을 원한다.
- 르안느 레벤살러 Leighanne Levensaler 워크데이 기업 전략 담당 수석부사장
“우리 대부분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색 시간을 갖지 못한다. 우리는 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항상 우리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다. 우리가 기술을 능가하려면, 내면의 인간성을 찾아야 한다.”
- 린다 그래턴 Lynda Gratton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는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거대한 니즈가 존재한다. 단순히 말하면 고령화 때문이다. 경제 성장의 절반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함으로써 이뤄지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하는 인구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원천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적 생산물을 상당량 늘릴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 로봇, 즉 인공지능이 그런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산성을 높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일하는 로봇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필요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일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 마이클 추이 Michael Chui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파트너
“사람 또는 로봇, 다시 말해 모 아니면 도가 될 것이라는 가정이 있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 보면 일이 그런 식으로 작동되지는 않는다. 일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이 자동화되는 것이다. 반복적인 수작업이 그렇다. 그런 일들을 정말 즐겁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술이 그런 일들을 대체하고 창출하게 된다. 즉, 기술이 수작업을 대체하고 새로운 기회(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낸다. 생산성이 성장을 창출하고, 성장이 새로운 종류의 일을 창출하는 식이다. 그것은 선순환 구조다. 0과 1이라는 2진법적으로 단순하게 말하는 건 매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 존 도나보 John Donaboe 서비스나우 CEO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CLAY DILLOW AND BROOKS RAIN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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