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활동을 꺼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이 뉴스 편집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결국 고개를 숙이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이 창업자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이번에 불거진 뉴스 편집 조작 사건은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창업자가 1999년 네이버 창업 이후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이 네이버 스포츠 뉴스를 담당하는 A 이사에게 ‘비판 기사를 잘 보이지 않게 재배치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밝혀져 한성숙 대표가 최근 올해 3·4분기 실적 발표 설명회에서 공식으로 사과했다. 네이버는 A 이사의 내부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창업자는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즉각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그는 “지난 27일 오후 유럽 출장 중 귀국해 시정 조처를 위한 시간은 부족했다”면서 “이 부분은 (경영을 책임지는) 한 대표가 근본적으로 고민 중인 만큼 외부 의견을 들은 뒤 숙고해서 해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창업자는 2004년 네이버의 대표직에서 내려온 뒤 지난 3월에는 이사회 의장직도 외부 인사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에게 넘겼다.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국회 과방위원장은 “이 창업자에 국감 출석 요청을 해서 나오기로 한 날짜가 이미 오래 전에 고지됐는데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잘 모른다고 답변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닌 것 같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네이버 뉴스에 표출되는 언론사 선정 방식과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야 정치권의 지적이 쏟아졌다. 이 창업자는 이에 대해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는 중”이라면서 “민감한 영역은 가능한 외부 검증을 맡겨서 의혹을 없애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자회사 라인의 뉴욕·도쿄 증권거래소 동시 상장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나선 이 창업자는 검정색 넥타이를 맨 채 과방위 일반 증인 12명 중 가장 늦게 국회에 들어섰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의에 “(국감장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답변한 뒤 회의장에 들어간 이 창업자는 옆 좌석에 앉은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및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줄곧 굳은 표정으로 국감에 임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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