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치매·경도인지장애센터는 지난 2003년 문을 연 이 분야의 개척자다. 최근에는 연간 1,200명가량의 치매 의심환자에게 치매인지, 우울증 등 다른 질환자인지를 진단한다. 진단 결과는 3분의1만 치매 환자이고 3분의1은 경도인지장애, 나머지는 우울증 환자나 지나친 염려증을 가진 정상인이다.
인지장애는 증상과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초기 치매는 우울증 등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쉽다. 오진이 많은 이유다.
치매 진단은 우선 진찰과 인지·신경·정신행동장애 증상을 종합해 가능성이 있으면 몇 가지 검사를 한다. 신경심리검사나 지능(IQ)검사 비슷한 인지검사를 통해 우울증 등으로 본인만 인지장애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을 걸러낸다. 인지장애가 확인되면 원인 질환을 알아내기 위해 혈액·뇌영상검사를 한다. 혈액검사를 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 비타민 부족, 매독·에이즈 등 감염성 질환이 치매를 일으켰는지 알 수 있다. 이 경우 원인을 해결하면 치매 증상이 사라진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뇌세포가 죽어 어떤 뇌 부위가 쭈그러들었는지 확인하면 원인 질환을 판단할 수 있다. 뇌졸중 환자라면 혈관성 치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치매 초기에는 MRI를 찍어도 치매를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뇌세포가 피 속의 당분을 소모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당(糖) 또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한다.
김기웅 센터장은 “아밀로이드 PET를 찍으면 2~3년(이론적으로는 10년) 앞당겨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며 “치매를 조기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하면 5년 뒤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중증 치매로 악화하는 확률을 75%에서 15%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우리 센터는 정신장애와 치매를 국내에서 가장 정밀하게 감별·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근거를 인정받은 비약물 치료의 전문성 면에서도 글로벌 톱 수준”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과장이 아니다. 센터 의료진은 기억력 강화 치료법인 시간차회상훈련법과 뉴 스마트패드 기반 훈련법, 노인요양원·주간보호시설 등에서 활용하는 반짝활짝 뇌운동법을 개발했다. 시간차회상훈련법은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치료의 50% 수준의 효과를 검증 받았으며 신의료기술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비약물 치료법 중 국내 의료진이 개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 받은 첫 치료법이다.
김 센터장은 “치매 환자와 가족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증상이 의심하고 환각·공격성을 보이는 정신행동장애인데 적은 약물로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기술 체계에 대해 일찌감치 국제인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밀로이드 베타를 뇌에서 제거하거나 생산을 억제하는 신약들에 대해 임상 3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그중 한두 가지를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기존 약제와 함께 초기 환자에게 쓰고 맞춤식 인지재활치료를 병행하면 장기간 치매 진행을 억제하고 기억 장애, 뇌기능 손상으로 인한 불편을 줄여주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치매·경도인지장애센터에서는 김 센터장을 비롯해 교수 4명, 임상 강사 3명, 전담 임상심리사·작업치료사 4명, 사회복지사 1명과 간호진이 일하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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