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지난 2015년 6월 대형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에서 일요일로 변경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대형 마트가 하나 둘 들어서자 4개 전통시장 중소상인들이 매출이 준다며 심각한 피해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뒤 세종시는 지난 22일 오는 10월 중순부터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기로 하고 관련 내용을 행정예고 했다. 평일 변경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전통시장 상인회였다. 세종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정이 추진 중인 유통규제 핵심은 대규모 유통시설이 인근 소상공인 및 재래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대형 마트 규제가 도입된 지 7년이 흐르면서 대형 마트가 주변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데 촉매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전통시장도 휴일 휴업 반대, 41곳이 평일로 변경 = 유통시설 입점이 상권을 활성화 시킨다는 사실은 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은 소비자가 주도 했는데 이제는 전통시장 등 인근 소상공인이 주도하고 있다. 세종시가 그 대표적 사례다.
서울경제신문이 확인한 결과 그동안 알려진 26개 지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41개(세종시 포함) 지자체들이 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전국의 228개 지자체 중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9%로 5분의 1에 가까운 지자체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휴무일을 바꾼 것이다.
이 가운데 월 2회 모두 평일로 바꾼 지자체는 34개였다. 울산 중·남·북구의 경우 둘째 수요일, 넷째 일요일에 쉬거나 제주의 경우 둘째 금요일, 넷째 토요일에 쉬는 등 월 1회만 평일에 쉬는 지자체들도 있다. 대형 마트 업체별로 보면 이마트의 경우 월 1회 이상 평일에 쉬는 점포는 44개로 전체 점포인 118개 가운데 약 40%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롯데마트도 40%, 홈플러스의 경우 약 30%의 점포가 월 1회 이상 평일에 쉬고 있다.
◇마트 규제해도 전통시장 안 찾아 = 지자체들이 의무 휴업일을 바꾸는 근본적인 원인은 마트를 주말에 쉬게 해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재래시장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유통업의 변화를 연구해 온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편리성, 즐거움,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소매업체는 단순히 판매를 하는 목적 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쇼핑을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은 각 업태별로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다른 업태와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업태가 등장했으나 기존의 업태 또한 새로운 업태와 공존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이 1,200만 명의 신용카드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과 골목상권·개인슈퍼마켓은 오히려 보완관계임이 관찰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가 시작된 이후로 골목상권의 매출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서 교수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는 오프라인 소비를 축소 시켜 온라인 소비만 가속화 할 뿐”이라고 말했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