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최대 이슈는 매해 급성장하는 ‘가정간편식(HMR)’ 시장 선점이다. 가정간편식 경쟁이 이제 소스 시장으로까지 옮겨 붙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최근 들어 번거로운 조리 과정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간편소스 제품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소스 시장이 커지면서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류 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소스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 연평균 9%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5% 감소하며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 2015년에는 전년에 비해 21.9%나 매출이 신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간편 소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 시장성만큼은 충분하다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최근 3년간 간편 요리소스 매출은 약 7%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간편하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찾는 소비자가 간편식 완제품을 사 먹는 것에 못지않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간편소스 시장을 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상 청정원은 최근 새로운 소스 브랜드 ‘고메레시피’를 론칭했다. 복잡한 레시피나 별도의 양념을 만들 필요 없이 맛있는 일품요리를 완성시켜준다는 콘셉트로, 메뉴별 특화된 간편 요리소스를 선보이고 있다. 각 메뉴에 특화된 형태의 간편 소스를 내놓기는 대상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 ‘백설’ 역시 파스타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소스를 내놓았다. 추가로 재료를 준비할 필요 없이 소스 한 병과 면만 있으면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효숙 CJ제일제당 조미소스마케팅담당 부장은 “별도 추가재료 없이 소스와 면만으로 근사하고 풍성한 전문점 수준의 파스타 요리를 준비할 수 있어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가세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CU에서 백종원 요리연구가의 ‘만능 볶음고추장’을 파우치에 포장해 오는 21일부터 판매한다. 백종원씨가 TV 프로그램에서 사용해 유명세를 탄 이 제품은 싱싱한 파를 직접 볶아 낸 파기름에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볶은 특제 소스다.
이런 가운데 라면에 들어간 소스를 독립된 패키지로 선보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소스와 팔도의 ‘만능비빔장’이 한 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장류 자리를 이제 간편 소스가 대체하고 있다”며 “가정간편식 경쟁이 완성품에 이어 소스로까지 확산 되는 모양새이다”고 말했다./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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