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증시가 청개구리처럼 움직였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던 현대차(005380)그룹주·조선주가 상승세를 보인 반면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은 적잖은 하락폭을 나타냈다. 미국 증시 영향과 밸류에이션 이슈가 엮어 이 같은 움직임이 연출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는 전일보다 4.61% 오른 14만7,500원, 현대모비스(012330)는 5.23% 상승한 23만1,500원에 거래됐다. 현대위아(011210)의 상승률은 7.59%에 달했고 기아차(000270)와 현대글로비스(086280) 역시 전일 대비 2% 이상 올랐다. 그동안 부품 대금 문제로 공장 가동 중단까지 치달았던 현대차와 베이징기차 사이의 갈등이 전날 열린 베이징현대 설립 15주년 행사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줄곧 부진했던 조선주와 건설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수주 소식을 알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전일 대비 9.8%, 5.8% 상승했다. GS건설(5.71%), 현대건설(3.85%) 등도 오랜만에 반등했다.
자동차·조선 업종의 ‘반란’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조선·기계업종 등은 그동안 워낙 주가가 부진해 외국인 등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5월 17만3,000원으로 올해 최고점을 찍고 이달 8일 1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실적 회복 속도는 느리겠지만 배당수익률이 높은 편인데다 중국·미국 신차 투입과 신흥국 판매 개선 등으로 펀더멘털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8만원을 유지했다.
반면 증시를 이끌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일보다 3.7%, 4.9% 떨어진 258만3,000원, 8만2,1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48.5%(25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가 88.4%나 오르면서 수차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하락폭이다. 이날 외국인도 삼성전자 주식 2,164억원, SK하이닉스 주식 40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에 기여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전일 미국 증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술주 중심인 미국 나스닥 지수는 25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88% 하락한 6,370.59에 장을 마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올 들어 미국도 정보기술(IT)주가 많이 오른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본인의 지분 매각 계획까지 밝히면서 과매수 구간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며 “반도체 업종 자체는 펀더멘털이 튼튼해 지금으로서는 일시적인 차익실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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