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머니 사정의 빠듯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혼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축의금 부담이 커진 탓이다.
청주에 사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책상 위에 쌓인 청첩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다음 달 중순까지 참석해야 할 결혼식은 7건이나 된다. 축의금으로 결혼식당 5만원씩만 지출해도 한 달 용돈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관계가 가까운 경우 5만원으로는 성의가 부족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어 고민이다. 김씨는 “내 결혼식 때 받은 게 있어 돌려주는 게 당연한 데 결혼식이 한꺼번에 몰리니 대출금, 양육비, 생활비 등 고정지출에 축의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했다.
가을이 ‘결혼의 대목’이라는 건 통계에서도 나타난 사실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혼인한 부부는 153만 9,850쌍에 이른다. 이중 가을인 10∼12월 비중이 28%(43만 1,063쌍)로 봄철(4∼6월·25%·39만 1,789쌍)보다 높다. 월별로는 12월(11%·17만 597쌍)이 월등히 많고 이어 5월(9.1%·14만 227쌍), 11월(8.7%·13만 3,959쌍), 3월(8.4%·12만 8,884쌍), 6월(8.3%·12만 8,035쌍), 10월(8.2%·12만 6,507쌍)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계는 혼인 신고를 기준으로 하기에 가을철에 이뤄지는 실제 결혼식은 10월부터 12월까지 고르게 분포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흔히들 ‘5월의 신부’라는 말을 하지만 결혼 시장의 성수기는 가을”이라며 “봄을 결혼 성수기로 여기고 이를 피하려는 심리와 해를 넘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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