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이 MB 정부 국정원의 ‘특수공작활동’으로 만들어진 충격적 사진에 이 같이 말했다. 2011년 조작된 문성근과 김여진의 나체 합성 사진이 6년이 지난 지금, 당사자와 국민들을 공분케 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14일 국정원 심리전단이 2011년 여름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내용의 계획을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고, 같은 해 10월 민간인 사이버외곽팀 등을 동원해 실행에 옮겼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정원 TF에 따르면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1년 11월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일간 베스트’ 게시판에 문성근과 김여진이 침대에 함께 누워 있는 모습의 합성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2011년 당시 네티즌들은 일반 ‘일베’ 회원의 게시물이라 여겼지만, 이는 이명박정부 국정원의 특수공작활동으로 밝혀졌다.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을 저격한 허위 글이었던 것.
이에 당사자들은 당혹스러움과 분노의 심경을 드러냈다. 김여진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각오를 했었고 실제로 괜찮게 지냈다. 덕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이건 예상도 각오도 못한 일이다. (국정원이 합성한 사진은) 2011년의 사진이라지요. 그게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킬킬대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작품이라고요”라고 게재했다.
여기에 김여진은 “가족들을, 아니 지금 이곳에서 함께 촬영하고 있는 스텝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난 일이다’ 아무리 되뇌어도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다”고 심경을 전했다.
문성근 또한 이날 방송된 JTBC ‘뉴스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 그 사진을 언뜻 예전에 본 기억은 있다. 나는 그냥 일베가, 그야말로 쓰레기들이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을 했지, 이걸 국정원에서 했을 거라고 정말 상상을 못했다. 나는 애들이 다 컸지만 김여진은 아기가 어린데. 내 마음이 다 떨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여진과 통화를 했더니 그냥 담담한 척 얘기를 하더라. 자기도 이번 소송에 참여를 해야겠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정권 전체가 그냥 일베 수준이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에는 문성근을 비롯해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명계남, 김미화, 김제동, 김구라, 윤도현, 故 신해철, 이창동, 박찬욱 등 82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가운데 문성근은 피해자 중 처음으로 오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증인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 또한 문성근은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정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사자가 직접 입을 여는 것에 따라 문화·연예계의 인사들이 지난 정부로부터 받은 피해 사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더욱이 영화, 방송 등 각 분야에서 굵직한 활동을 해오고 있던 이들이 대부분인 터라 충격의 파급력은 더욱 크겠다.
MBC, KBS에서는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로 타격을 받은 PD, 기자, 아나운서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이번 문성근-김여진 사건이 더해져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압력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전망이다.
MB 정부가 그린 ‘큰 그림’이 결국 ‘지옥도’가 된 지금, 얼마나 충격적인 내막이 존재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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