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1년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률(11%)을 기록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에 사상 최대인 800만대 이상을 세계 시장에서 판매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자동차 산업이 이제 선진국 업체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선두주자로서 앞서 갈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8월 초 자동차 산업의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시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선진국·개도국 사이 갈 곳 잃어
GM·도요타 등 구조조정 마무리
中·인도는 합작투자 기술력 강화
저임금 앞세워...韓 ‘끼인 신세’로
☞R&D줄고 임금 늘어 경쟁력 약화
연구개발 비용 獨의 1/6 수준
품질 하락에 소비자 외면 불구
현대차 임금 10년간 91% 증가
금융위기 이후 우리 자동차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습니다. 중국·미국·유럽의 세계 3대 시장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수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나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결과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GM의 파산과 도요타의 자동차 공급 차질 등 경쟁업체의 생산 차질로 인한 반사이익이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선진국 경쟁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후 다시 경쟁 대열에 진입하고, 중국 업체들이 세계적인 기업과 합작투자를 하거나 선진 기업을 인수해 기술력을 높이고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자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면서 우리 자동차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생산 면에서도 인도가 소득 증가에 따른 내수 증가와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자동차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우리나라는 장기간 유지해온 세계 5위의 생산국이라는 지위도 내줬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선진국에 다시 뒤처지고 신흥 개발도상국에는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자동차 업계는 높은 성장세 속에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기존의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뀌고 선진국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해 혁신 역량을 강화한 점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자동차 업계의 연구개발 투자가 부진해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과 기능이 부족한 자동차를 만들고 과거에 비해 품질도 떨어져 우리 업체가 생산한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해 세계 시장에서의 판매가 줄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동차 업체와 경쟁국 자동차 업체의 연구개발 투자와 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2015년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자동차 업체들은 약 8조원을 투자했는데 독일 업체들은 49조원을 투자했고 일본과 미국 업체들도 우리 업체보다 3~5배나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습니다. 이러한 투자격차가 수년간 지속된 결과 최근 선진국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우리 자동차 업체들은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선진국 자동차 산업 근로자들은 경영이 어려우면 임금 인상을 자제하거나 임금을 깎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영 정상화를 지원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고난의 시기였던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완성차 업체 생산직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31.45달러에서 24.83달러로 21%나 하락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정상화되자 GM은 2015~2019년 중에 시간당 임금을 9.1% 인상해주기로 노조와 합의했고 지난해 말에는 근로자들에게 1인당 평균 1만2,000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의 근로자 평균 연봉은 2004~2013년 91.3%나 증가했습니다. 우리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업체들도 2008~2013년 중 평균 임금이 34.0%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자동차 산업의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국내 시장 판매가 부진하자 우리 자동차 업계는 싼 인건비와 큰 시장을 보유한 국가에 투자를 확대했고 이는 수출 감소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돼 인건비가 추가로 상승하게 되자 완성차 업체와 대형 부품 업체, 그리고 중소 부품 업체 간의 임금격차가 확대돼 중소 부품 업체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이는 품질과 생산성에 문제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우리 자동차 산업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노사가 합심해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줄 경우 우리 소비자들도 국산 차 구매를 확대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도 부품 업체의 수출 증대와 연구개발 지원 확대 등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나갈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협력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치단결할 경우 현재의 어려움을 또다시 기회로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