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살고 동물에 죽는 저 같은 ‘동물 덕후’에게는 정말 ‘딱’ 맞는 직업이에요. 집에서 키우기 힘든 동물들도 여기서는 마음껏 키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무시무시한 상어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수족관 속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귀여운 펭귄에게 먹이 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중동물들의 단짝인 ‘아쿠아리스트(aquarist)’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직업 명칭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뽀통령’을 능가하는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한화아쿠아플라넷63 AQ팀의 임지언(41) 팀장은 올해로 16년 경력의 베테랑 아쿠아리스트다. 흔치 않은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임 팀장은 눈을 초롱초롱 밝힌 채 끊임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어떻게 하면 동물이랑 함께 생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관련 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망설임 없이 진학했어요.”
임 팀장은 학창 시절부터 지네·독거미·뱀·이구아나 등 셀 수 없이 많은 동물을 키워 주변에서 유명인사였다. 그는 마침 국내에 대형 수족관이 많이 생기던 때 졸업을 맞이했고 운명에 이끌리듯 아쿠아리스트의 길을 선택했다. 유별난 동물 사랑에 업계에서도 일명 ‘성덕(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으로 통하는 임 팀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2012년 7월 아쿠아플라넷제주에서 근무할 당시 멸종위기종인 고래상어 해랑이와 파랑이를 구조한 경험이 있어요. 국내에서는 최초로 포획된 것이어서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죠.”
해랑이·파랑이와 함께한 두 달간은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했던 추억이다. 아쿠아리스트들도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동물과 동고동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래상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선임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서적도 거의 없어 해외 유튜브 영상과 각종 관련 서적을 며칠 밤을 새워 섭렵했다. 하지만 막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쯤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해랑이와 파랑이가 좀 더 넓은 곳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원래 고향인 서식지로 방사한 것이다.
“수중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모습을 볼 때 자연에 감사함을 느껴요.”
동물이 행복하고 인간과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은퇴 후 자연복원가로 활동하고 싶다는 임 팀장. 동물을 향한 그의 무한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가람기자 성윤지인턴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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