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 과학자이자 백만장자인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2: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타고 다닌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그의 자동차는 영화 속에서 토니의 위치를 스스로 파악해 적시에 그의 앞에 나타나는 기능을 자랑한다.
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과 융합하며 혁신을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마블코믹스가 한발 앞서 펼쳐 보인 세계는 더 이상 상상 속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마블은 이제 단순한 슈퍼히어로 만화가 아닌 현실감 있는 미래 사회의 예고편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 안에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응축하고 있다.
마법처럼 놀라운 ‘마블 경제학’은 당장 영화 실적에서 드러났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순위 역대 1위부터 15위까지 중 4개(어벤져스·5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7위, 아이언맨3·12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14위)나 포진시키면서 영화 매출 124억3,890만달러(약 14조원)를 기록했다. 흔히 제작비의 두 배를 손익분기점으로 잡는 영화계의 관행을 볼 때 124억3,890만달러에서 제작비 28억6,850만달러의 두 배인 57억3,700만달러를 뺀 67억190만달러를 영업이익으로 얻은 셈이다. 영업이익률로 계산하면 53%다.
마블 열풍은 국내 산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마블 앓이’ 중이다. 유통·패션·화장품·식음료·금융·전자·자동차 등 전 업종에 걸쳐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롯데는 최근 롯데몰 동부산점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공식 마블숍인 ‘마블컬렉션엔터식스’를 잇따라 입점시켰다. 패션업계에서는 유니클로가 글로벌 티셔츠 디자인 콘테스트 ‘2018 UTGP’의 주제를 ‘마블’로 정하고 오는 31일까지 디자인 응모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지난 6월 말 마블 히어로들을 메이크업 아이템 등의 디자인에 적용한 ‘더페이스샵X마블 콜라보레이션’을 한정 출시했다. 한국피자헛은 지난달 흰색 소스를 거미줄 모양으로 뿌려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게 한 신메뉴 ‘트리플 치즈 치킨 피자’를 내놓았다. 동부대우전자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제휴해 아이언맨·스파이더맨 등 마블 대표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한 냉장고를 출시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제휴해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 마블 캐릭터를 새긴 체크카드와 통장을 발급하고 있다.
한국의 마블 열풍에 고무된 마블코믹스는 한국을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핵심적 지위로 격상시켰다. 최근 만화캐릭터 종합축제인 ‘코믹콘 서울-Comic Con Seoul’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체스터 세블스키 마블 수석 부사장은 “각 국가별 마블 팬 비율을 따져봤을 때 한국 팬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면서 “앞으로 MCU에 한국인 히어로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블 스튜디오는 내년 2월 개봉하는 ‘블랙팬서’의 촬영지로 부산을 선택했다. 2014년 세빛섬·마포대교 등 서울 곳곳에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장면들을 촬영한 데 이은 ‘친한국’ 행보다. 추격신의 배경으로 부산을 선택한 ‘블랙팬서’ 제작진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자갈치시장·광안대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블코믹스는 이에 앞서 지난해 2월 세계 유일의 공식 마블숍인 ‘마블컬렉션엔터식스’를 서울에 오픈했다. 김솔아 마블컬렉션엔터식스 홍보팀 대리는 “엔터식스에서 판매하는 마블 관련 상품군만 1,300여종에 달한다”면서 “골프공·토스트기·청소기·의류 이외에도 다른 라이선스 업체와 컬래버로 진행하는 것도 매우 많다”며 향후 국내 마블 관련 시장이 급팽창할 것임을 강조했다. /윤경환·한동훈·이수민·우영탁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