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고급 자동차의 천국’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 거점을 신설한다. 럭셔리카의 빅 마켓인 중동에서 제네시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인프라를 구축하고 본격적으로 관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6월 말 사우디 판매 거점 건설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신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한국이 아닌 곳에 판매 거점을 신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에 신설될 제네시스 판매 거점은 현대차(005380)가 지난해 9월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에 선보인 제네시스 브랜드 체험공간 ‘제네시스 스튜디오’와 유사한 형태일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 철학 소개 및 콘셉트카 전시, 차량 체험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중동은 럭셔리카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으로 평가 받는다. 석유 자본(오일 머니)을 기반으로 구매력이 큰 왕족과 부호가 많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잘 팔리는 럭셔리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품질이 보장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특히 사우디는 걸프협력회의(GCC)에 속한 중동 6개국(사우디·카타르·UAE·쿠웨이트·오만·바레인) 중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자동차 판매량은 저유가 여파로 전년 대비 약 21% 감소했지만 최근 10년간 럭셔리카 판매는 매년 8~10%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제네시스의 올해 6월까지 중동 지역 판매량은 총 610여대로 이 중 90%(500여대)가 사우디였다.
사우디 판매량은 러시아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 등 주요 시장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럭셔리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판매 거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시장이 가장 큰 사우디에 판매 거점을 세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출 초기지만 중동 소비자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10월부터 사우디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직후 중동 지역 부호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럭셔리 행사 ‘EXCS모터쇼’에서는 ‘EQ900(해외명 G90)’가 럭셔리 세단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올해 3월에는 ‘중동 2017 올해의 차’에 EQ900이 대형 프리미엄 세단 부문에서 캐딜락 ‘CT6’와 경합을 벌였고 사우디 최대 일간지인 오카즈는 ‘2017년 올해의 차’ 대형 럭셔리 세단으로 EQ900을 선정했다.
특히 중동 시장에서의 호평과 판매 확대는 제네시스의 유럽 및 중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제네시스는 다음달 국내에서 중형 프리미엄 세단 ‘G70’을 선보이는 데 이어 2019년에는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이는 등 모델을 확장하는 한편 주요 시장인 유럽·중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중동 등 다양한 국가에서 판매 거점을 건립하고 시장을 공략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도원·박성호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