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투기과열지구에서만 약 17만명이 영향을 받아 대출액이 10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약 2% 규모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가계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금융 당국은 분석했다.
3일 금융 당국은 정부가 내놓은 ‘8·2부동산대책’에 따른 투기 억제 효과를 이같이 분석했다. 전날 정부는 집값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서울 25개 구 △과천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강남·서초·송파·강동·양천·영등포·강서·용산·성동·노원·마포 등 11개 구 △세종시 등은 투기지역으로 분류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대출액을 정하는 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낮아지고 1인 1대출에서 가구당 1대출로 기준도 바뀐다.
금융 당국은 대출규제에 따라 영향을 받는 대출자가 올해 하반기에만 8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대출(국민은행 기준)을 분석한 결과 주담대를 받은 인원은 10만8,000명, LTV·DTI 40%를 초과해 대출을 받은 비중은 81%(8만8,000명)다.
이 가운데 투기과열지구(서울·과천·세종)에서 강화된 기준(40%)을 초과해 대출을 받은 인원은 약 18%, 1만9,600명으로 분석됐다. 강화된 대출로 줄어드는 대출금액은 1인당 평균 5,000만원(1억6,000만원→1억1,000만원)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만 약 9,800억원의 대출이 줄어든다.
금융 당국은 국민은행의 주담대 시장 점유율(22%)을 감안해 전체 시장(100%)으로 확대하면 하반기 8만7,000명, 4조4,000억원의 대출이 감소할 것으로 평가했다. 연간으로는 17만4,000여명, 약 10조원 이상의 대출(주택금융공사 양도분 포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추정이다.
대출규제 강화로 집값 대비 대출을 40% 이상 늘리지 못하면서 전체 가계대출도 2%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 당국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기준 은행권 주담대(565조원)의 2% 수준인 11조원의 가계대출이 감소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LTV·DTI 40%를 초과해 대출을 받은 비율(81%) 가운데 15%포인트만 실수요자로 파악됐다. 나머지 65~66%포인트는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가 목적인 대출이었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다주택자인 차주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정확히 추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날부터 강화된 대출규제를 곧바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까지 2주가량 소요되지만 금융 당국이 규제가 현장에 적용되는지를 보는 창구지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공백기에 이른바 ‘선(先)대출’을 받으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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