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보다 2,400억원 늘어난 총 7,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다. 특히 1차 협력사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올해까지 1,600억원 규모의 2·3차 협력사 지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언한 ‘사회와 함께하는 딥체인지’에 따른 파격적 상생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의 SK 역할이 한층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SK그룹은 25일 기존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2·3차 협력업체까지 지원을 대폭 확대한 ‘상생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2·3차 협력업체의 지원을 위한 전용펀드를 1,6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2·3차 협력사들이 많은 SK하이닉스가 1,000억원 규모의 현금결제지원 펀드를 마련하고 별도로 600억원 규모의 ‘2·3차 동반성장펀드’도 조성해 기존에 운영하던 ‘동반성장펀드’에 포함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2·3차 협력사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펀드와 다르다”며 “1차 협력사 중심의 지원을 2·3차 협력사로 확대해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존 협력업체 지원 펀드인 ‘동반성장펀드’는 규모와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4,800억원으로 운영되는 동반성장펀드는 1,400억원(2·3차 동반성장펀드 600억원 포함)을 증액해 6,200억원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지원 대상도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넓히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1,675억원을 동반성장펀드에 출자하는 SK텔레콤이 오는 2019년까지 800억원을 늘린 2,500억원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다른 계열사도 펀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도급 업체의 가장 큰 애로 사항 중 하나인 대금 결제 방식도 개선하기로 했다. 거래 관계를 맺는 모든 중소 협력사에 대해 100% 현금 지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우선 SK하이닉스와 SK㈜ C&C는 올해 안에 1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지급 비중을 100%까지 늘리기로 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차 협력사가 사용하던 상생결제시스템을 500여개 2·3차 협력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SK건설은 2차 협력사에 대한 직접 지불을 확대하고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던 무이자 대여금 규모도 2020년까지 25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린다.
경제적 지원과 함께 협력사 직원의 역량 강화와 복지 개선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SK하이닉스와 SK인천석유화학은 임금공유제를 운영하고 그룹에서 운영하는 ‘동반성장 아카데미’ 참여대상을 2차 협력사로 확대하는 한편 ‘동반성장 MBA’ ‘동반성장 e러닝’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2·3차 협력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SK그룹의 자산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강화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동반성장센터’를 설립해 내년부터 협력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며 SK㈜ C&C는 협력사에 무상으로 제공해온 기존 37개 특허에 더해 새로 20여종의 특허를 제공할 예정이다.
SK그룹이 파격적인 상생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 회장이 지난달 확대경영회의에서 꺼내 들었던 그룹의 새로운 비전 ‘사회와 함께하는 딥체인지’가 구체화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에 SK그룹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계열사를 넘어 사회와 함께 상생·협력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SK그룹이 가진 자산을 ‘공유 인프라’로 제공해 공공이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의 공언대로 강화된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방안이 마련된 만큼 SK그룹의 근본적 변화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항수 SK그룹 전무는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은 최 회장이 강조한 ‘사회와 함께하는 SK’의 핵심 개념일 뿐 아니라 SK그룹의 본질적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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