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도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반기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으로 수주 회복이 확대돼 현대중공업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중공업 지분율을 20%까지 늘리는 등 시장의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올 상반기 73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42억 달러(4조7,284억원), 지난해 상반기 누적 수주량(13척·10억 달러)보다 5~6배 늘어난 규모다. 특히 30만 톤급 이상의 초대형유조선(VLCC) 시장에서 전 세계 발주물량 27척(클락슨 발표 기준)의 절반이 넘는 14척을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조선업은 그동안의 부진을 벗고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전체 선박 발주량은 척수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보다 60%, 표준화물선 환산톤(CGT)으로는 40%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로부터 1만4,000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의 옵션분 8척을 확보한 상태다. 유력 유럽 선사와 한국·중국 조선소 간의 대규모 신조 협의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수주 가능성도 관측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 동맹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하반기 대규모의 가스선 수주도 점쳐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가스선 분야에서 LNG 운반선 12척, LNG 저장·재기화설비(FSRU) 2척, LPG운반선 8척 등 총 22척(32억 달러)의 옵션과 건조의향서 체결 선박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토탈사의 LNG선 용선 입찰이 진행 중이고,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FSRU 등 LNG선 발주도 예상된다.
단기간의 매출·영업이익 전망이 밝지는 않다. 과거의 수주 부진이 여전히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중공업의 매출·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7조4,740억원, 4,930억원에 불과하다. 전년보다 56%, 70%씩 줄어든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하반기 수주 쏠림과 업체 간 차별화가 확대되면서 소수 조선사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조선업 구조조정의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눈치 빠른 외국인은 이미 현대중공업을 사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외국인 지분율(21일 기준)은 20.50%로 분할 직전인 지난 3월 30일(14.91%)보다 5.59%포인트 증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운용자산이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투자회사 더캐피탈그룹 컴퍼니가 현대중공업 주식 286만주(5.05%)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캐피탈그룹은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조선업 회복을 확신한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영국 런던에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함께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칼슨 캐피탈·뉴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NDR·Non-Deal Roadshow)를 열며 해외투자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이어 13~14일에는 미국 보스턴과 뉴욕에서 피델리티·델라웨어 맥쿼리 인베스트먼트·웰링턴 매니지먼트 등 10여 곳의 투자기관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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