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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 병원 DB...견고한 법 규제...갈길 먼 의료 빅데이터

병원 진료정보 관리시스템 제각각

정부 표준 전송방식 보급 추진

예산 100억 불과 진행속도 더뎌

개인정보 관련 법 인프라 구축도 시급





정부가 병·의원 등 의료기관별로 제각각이었던 병원정보시스템(HIS)의 호환성을 높이고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에 본격 나섰다. 그러나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의원이 진료기록 데이터베이스(DB)와 병원정보시스템이 중구난방이고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가 워낙 견고해 보다 현실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진료정보를 서로 다른 HIS로 관리하면서 병원을 옮길 때마다 환자가 일일이 종이와 CD로 진료기록을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이로 인한 비용부담과 오진위험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시간·비용부담과 중복검사 비용이 진료비의 13%나 된다”며 “통합 관리하면 중복처방 등에 의한 약물사고와 오진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주요 대학병원과 협력 병원 간에 진료정보 교류가 가능하도록 표준서식과 전자교환에 필요한 전송방식을 개발해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북대·부산대·분당서울대·연세대의료원에 이어 올해 전남대·충남대병원 등 협력 병원을 추가해 총 1,160여개 의료기관이 진료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진행속도가 너무 더디다. 정부지원 예산이 1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전국 19개 거점병원으로 확대는 2020년에나 가능하다. 특히 사업이 권역 단위로 나뉘어 있어 지방환자가 서울로 옮겨갈 경우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힘든 구조다.



정부는 진료정보를 모아 의료 빅데이터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는 의료 빅데이터 구축의 발판이 될 클라우드 기반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사업단을 꾸리고 오는 2021년까지 306억원을 투입해 2020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의 주요 기능을 670여개 모듈로 구현해 의료기관들이 규모·환경에 따라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그러나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선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병·의원들이 DB 구축과 비정형 데이터 관리가 먼저라는 지적이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비정형 의료 빅데이터가 중요한데) 대학병원들도 ‘암 환자 A씨에게 언제, 어떤 항암치료를 했더니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효과는 어떻더라’는 식의 비정형화된 진료기록까지 데이터베이스(DB)화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진료정보의 DB화와 함께 개인 비식별화를 통해 여러 의료기관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적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도 “정밀의료를 위해선 임상 데이터는 물론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고 서로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며 “국내법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미국·유럽 수준의 의료 빅데이터 구축·활용은 쉽지 않은 만큼 이를 고려한 현실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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