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출격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덩달아 송금 수수료를 인하하고 모바일뱅킹을 편리하게 리뉴얼하는 등 은행권 전반에서 격전 태세가 강화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수수료를 기존의 40% 수준으로 낮춘 자동응답시스템(ARS) 해외송금 서비스를 24일 선보인다. 이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또는 고령자가 영업점 방문 없이 전화만으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 등 5개 국어를 통해 가능하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신한은행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지만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것이 특징”이라며 “카카오뱅크 수준으로 맞춰서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킬러콘텐츠’로 수수료를 대폭 낮춘 해외송금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해외송금의 주고객층인 외국인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KEB하나은행도 기존보다 저렴한 중국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반기에 출시한다. 기존 은행의 경우 수수료가 송금액의 약 4~5%로 10만원만 보내도 4,000~5,0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반면 하나은행은 수수료를 건당 최소 3,000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연간 거래액이 10조원으로 추산되는 개인 해외송금 시장의 경쟁이 날로 심화되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 해외송금 고객들마저 카카오뱅크나 핀테크 해외송금 업체로 이탈할까 봐 전 은행권에 비상이 걸린 모양”이라며 “수수료를 낮춘 새로운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놓으면 수익이 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가격보다는 편리함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는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은 로그인과 공인인증서 없이도 모바일뱅킹에서 조회·이체 등 일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신한S뱅크 ‘간편 서비스’를 이르면 다음주에 출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첫 화면에서 배너와 일부 아이콘을 빼고 필수정보만 보여주는 방식으로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했다. 케이뱅크는 이달 초 출범 100일 기념으로 첫 화면을 리뉴얼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난 4월 공식 출범 이후 한 차례 돌풍을 일으켰던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로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또 한번 ‘메기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보다 비대면 계좌 개설 시간도 절반 이상 감축하고 국민 앱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만큼 시장이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면서 “기존 은행들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각종 이벤트는 물론 서비스 개선에도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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