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온도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이 완연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신 갈아치우며 쾌속질주를 하고 있지만 대어급 기업들이 시장외적인 원인으로 상장절차를 미루며 과속방지턱에 걸렸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시대를 맞아 IT부품주들이 IPO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넷마블게임즈와 ING생명 등 4개사의 입성에 IPO 공모금액이 3조8,898억원에 달했던 유가증권시장은 하반기 손가락만 빨게 생겼다. 이랜드리테일과 에이비씨마트코리아가 상장을 철회한 이어 에너지 공기업들의 연내 상장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엘에스오토모티브 등도 상장절차를 중단했다. 자동차용 전기장치 제조업체 엘에스오토모티브의 경우 지난 3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이달 초 자진 철회했다. LS그룹은 상장 대신 엘에스오토모티브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공기업 상장 1호로 꼽혔던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은 아직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도 내지 못했다. IPO 공모금액만 5조원 안팎에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초대어’ 호텔롯데의 상장 재도전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반해 슈퍼사이클을 넘어선 ‘울트라 슈퍼 사이클’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품·장비업체들의 코스닥 상장은 가을 IPO시장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장된 21곳 가운데 7곳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이다. 서플러스글로벌(140070), 에프엔에스테크(083500), 코미코(183300), 이엘피(063760), 와이엠티(251370), 하나머티리얼즈(166090), 필옵틱스(161580) 등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으로 상장과정에서부터 흥행을 예고하며 서플러스글로벌을 제외하고 모두 희망공모가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14일 종가 기준으로 서플러스글로벌만 공모가를 하회할뿐 6곳이 공모가 이상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달 상장된 브이원텍(251630)도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이번 달까지 상장된 23곳 기업의 공모가 대비 평균 상승률은 32.4%에 머물렀지만 반도체 관련 기업 상승률은 53.3%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곳은 하나머티리얼즈(147.08%)와 와이엠티(128.81%)였다. 하나머티리얼즈는 공모주 청약경쟁률 955.33대1을 기록하며 올해 유일하게 1,000대1을 넘은 보라티알을 제외하고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업체이기도 했다. 와이엠티도 841.57대1을 기록했다. 상반기 평균 청약 경쟁률이 396.8대1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반도체 열기를 가름할 수 있다.
하반기 IT부품 기업 상장의 스타트는 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힘스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패널 공정장비를 생산하는 힘스는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협력사로 OLED 시장 확대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OLED수혜주라는 점이 부각돼 729.64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 역시 희망공모가(1만5,500~1만8,800원)상단 이상인 2만원에 결정됐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생산하는 ‘이즈미디어’가 뒤를 이어 반도체 열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인 ‘선익시스템’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하반기 상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이 주가를 끌어주며 공모주가 전반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며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셀트리온헬스케어, 티슈젠 등의 IPO까지 가세하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IPO시장은 더욱 뜨거워 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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