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 매각 작업이 반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의결권 취득을 포기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과정에서 단순 융자가 아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혀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의결권 취득이 기술유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도시바를 자극하면서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지지통신은 16일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결권 확보를 포기하고 한미일 연합에 자금을 융자하는 방식으로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수용했다”면서 “한미일 연합 내 이견 조율이 어려웠던 최대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연합이 확보한 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로서는 ‘고육책’으로 의결권 지분 확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 인수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며 의결권 확보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의 인수 자체가 좌초되는 것보다는 융자 형태로라도 인수를 성사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 측은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의결권 확보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도시바와 동업 관계인 WD가 제기한 매각 중단 가처분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캘리포니아고등법원은 14일(현지시간) 첫 심리에서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28일 재심리를 열기로 했다. 사건을 맡은 해럴드 칸 판사는 “도시바가 매각 절차 완료 최소 2주 전에 WD에 통보하라”는 중재안을 양측에 제안했다. 이로써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의 매각 교섭을 지속할 수 있게 됐지만 소송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위해 5,200억엔(약5조2,453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SK하이닉스 외에 일본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유초은행과 도시바도 한미일 연합에 참가해 도시바 반도체 부문에 출자하겠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으며 구체적인 인수 지분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연합안에 따르면 새로 합류한 유초은행이 300억엔, 도시바가 2,000억엔 규모로 출자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윤홍우·이수민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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