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족(외식 대신 집에서 음주를 즐기는 사람)’·‘혼술족(나홀로 가볍게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형마트에서 맥주가 부동의 1위인 라면을 제쳤다. 가볍게 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이른 무더위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맞춰 각 업체들도 맥주에 어울리는 안주를 간편식으로 내놓으며 홈술 시장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14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 순위를 집계한 결과 맥주가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부동의 1위 상품이었던 라면은 2위로 밀려놨다. 상반기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라면 매출은 8% 줄어든 것이다.
맥주가 전통 인기상품인 라면을 꺾은 데는 경기 침체와 1인 가구 증가로 집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홈술·혼술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4월 말 기준 40개 생활밀접업종 통계에 따르면 일반주점 사업자는 지난해 4월 5만 8,308명에서 올해 4월 5만 4,752명으로 6.1% 줄었다. 외부에서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홈술·혼술족으로 겨냥한 상품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이마트의 PL상품인 ‘피코크’ 포장마차 메뉴 3종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다. 또 요리·반찬용 통조림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롯데마트도 올 상반기 고등어통조림 매출은 19.1%, 참치통조림의 경우 3.7% 등 생선 통조림 매출이 증가했다.
이마트는 판매가 늘자 피코크 포장마차 메뉴를 시작으로 1~2인분 단위(300g)로 용량을 줄이는 한편 관련 상품 수를 30여 종으로 대폭 늘렸다. 롯데마트도 조리 전 중량이 700g 내외로 시중에 판매 중인 일반 브랜드 상품 중량(900g)보다 작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1인용 치킨 ‘혼닭’을 선보였다. 편의점업계에서도 혼술·홈술족 공략을 위해 맥주와 안주 제품군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혼술·홈술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주류와 함께 어울리는 안주류가 상품출시로 이어지고 있다”며 “가벼운 주류 소비는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업계의 주요 소비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