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최근 미국 뉴욕 본사로부터 신형 에스컬레이드 물량 100대를 추가로 배정받았다. 차량 가격이 1억2,000만원을 넘는데도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후 10일 만에 초도물량 50대가 모두 사전계약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당초 기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6월까지 총 63대가 인도됐지만 아직도 50~60명의 고객이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 무슨 이벤트가 있느냐고 한국 법인에 물었다는 후문이다. 캐딜락은 추가 배정 물량 100대를 매달 20대씩으로 나눠 연말까지 들여올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가 ‘코나’와 ‘스토닉’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수입 브랜드들은 여전히 대형 SUV 수요가 탄탄하다. SUV라고 하면 넉넉한 적재 공간에 최대 7명까지 거뜬히 탈 수 있는 대형차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엄급 대형 SUV는 국산 차량 중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바캉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수입 대형 SUV 시장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 브랜드의 대형 SUV 판매량이 6월 들어 급등했다. 포드의 익스플로러가 6월 한 달에만 790대 판매됐다. 월간 기준 최고 기록이다.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도 4월 218대에서 5월 258대, 6월 440대로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다.
차량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급 SUV 역시 판매량이 부쩍 느는 추세다. 고급 SUV의 대명사인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가 대표적이다. 엔트리급 트림이 1억2,880만원에 달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부터, 최고 2억5,000만원을 훌쩍 넘는 레인지로버까지 포함하면 올 상반기 총 1,413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대 이상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SUV인 GLS 모델도 중형급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한다. 대표 트림인 GLS 350d 4MATIC의 가격은 1억2,600만원으로 한 체급 아래인 GLE 350d 4MATIC보다 3,0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월간 판매 대수는 절반에 육박한다. 벤틀리가 지난 4월 국내에 처음 들여온 프리미엄 SUV 벤테이가는 석 달 만에 37대 팔렸다. 3억원대 가격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라는 평가다.
수입차 대형 SUV 중에서도 프리미엄급 차량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육중한 덩치에서 느낄 수 있는 존재감과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이 매력 포인트다. 오히려 회장님 차로 불리는 대형 세단보다 실내 공간이 넓고 시야가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의전용 차량으로 대형 SUV를 이용하고 있다. 샤킬오닐과 타이거 우즈 등 미국의 유명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이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를 애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가족 단위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대형 SUV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 SUV는 뒷좌석 3열도 넉넉해 성인 7명이 거뜬히 탈 수 있다. 3열을 접으면 중형 세단의 2배에 달하는 적재 공간이 생긴다. 바캉스 시즌을 앞둔 여름 직전에 대형 SUV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은 이 같은 가족 여행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덩치만 큰 차라는 오명도 최근 들어 벗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GLS에는 E클래스 세단에 적용된 반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운전자가 간혹 운전대에서 손을 떼더라도 차가 스스로 차선을 지키며 주행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는 전자식 룸 미러가 적용됐다. 2·3열에 성인이 꽉 타더라도 차량 후면에 장착된 카메라가 차량 후방의 상황을 룸 미러로 보여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UV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차량급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눈에 띈다”면서 “특히 프리미엄급 대형 SUV는 수입 브랜드의 대표 세단 못지않게 자존심 경쟁이 뜨겁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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